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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잡이' 김경희 "정치인들, 군공항 갈등만 키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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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 인터뷰]

'정치적'이지 않은 '공익 정치' 지향
구성원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 추구
최초 女의장, 소탈+포용 '엄마'의 품
여·야 팽팽…30~70대 의원들 '조화'
일방적 군공항 이전, "정치인들 책임"
지역별 특성에 맞춘 '균형발전' 강조
소외 종목…의장배 대회로 고른 발전
"박범계 서예처럼 희망전도사 될 것"

지난 13일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이 자신의 시의회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임했다. 박창주 기자지난 13일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이 자신의 시의회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임했다. 박창주 기자
"재선에 의장까지 됐지만 '정치인 같지 않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그 말이 싫지 않습니다."
 
김경희(더불어민주당·나선거구) 화성시의회 의장이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향한 주변의 평가에 대해 한 말이다. 스스로 정치적 성향이 옅기도 하지만, 굳이 정치적일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정치 문외한이라는 소릴 들으면 오히려 더 잘 하고 있다는 뜻으로 와 닿죠. 오직 시민들을 위해 뛰려던 초심을 되새기며, 행여 변질되진 않을까 늘 고민합니다."
 
김 의장에게 정치란, 상대방에 군림하려거나 권력 투쟁하는 '정치적' 의미보다는 타인을 존중하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 공적 활동을 하는 '정치하다'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을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의회 구성원들을 먼저 섬기겠다는 것. 화성지역 최초 여성 의장으로서, 소탈하고 품이 넓은 '엄마'의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정계 입문 전 상담업무나 교수를 하면서 섬기는 리더십에 관심이 많았어요.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면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게 더 많아지고, 의회도 부딪히지 않고 잘 달리지 않을까…" 
 
이런 기조로 여·야 동수에 가까운 팽팽한 시의회 구도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맡고, 다양한 연령층의 의원들을 '포용'하며 바람직한 의회상을 세우겠다는 게 그의 제1 목표다.
 
실제 9대 화성시의회는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을 빼면 여·야가 12대12로 치열한 경쟁구도다. 연령대도 30대 중반의 청·장년부터 70대 노인까지 폭이 넓은 데다, 절반 이상은 초선이다.
 
의장의 균형감 있는 중재와 조율 역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성시의회 본회의장 내 의장석에 서 있는 김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화성시의회 본회의장 내 의장석에 서 있는 김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
김 의장은 지난 13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구 하나 소외되거나 꼰대가 되지 않도록 조화로운 의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며 "비슷한 구도의 경기도의회 등 여느 지방의회보다도 부드럽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협조 분위기가 잘 조성되고 있다"고 자부했다.
 

군공항 결사반대…"국제공항으로 둔갑시킨 정치인들"

 
이처럼 유연한 면모를 내세우면서도, 지역 현안 중 첫째로 꼽은 화성으로의 일방적인 수원 군공항 이전에 대해서만큼은 "어떤 조건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무책임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수원과 화성이 윈윈하는 것이라는 전략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아 위기감이 든다"며 "정치인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정치적으로 내뱉은 말들로 인해 국제공항과 민간공항 이슈로 뒤덮여 민·민 갈등만 부추겼다"고 일침을 가했다.
 
기존 수원 내 공군 전투비행장을 민·군 통합 형태의 국제공항으로 화성지역에 옮기려는 공약들에 대해 "적절하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치적 의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경계해온 소위 정치적 행위에 대해 날을 세운 셈이다.
 
지난달 17일 청년의날 청년주간행사에 참석한 김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지난달 17일 청년의날 청년주간행사에 참석한 김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
김 의장은 "군공항을 슬그머니 빼고 민간공항과 개발지원을 끼워 넣는 달콤한 유혹만 남았다"며 "공항이 들어오면 화성호 일대의 갯벌, 습지 등 천혜의 자연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도심화에 대응하려고 수원 군공항을 옮겨야 한다지만, 화성도 곧 수원을 앞지르는 대도시가 된다"며 "송산그린시티를 비롯한 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팽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리적으로도 화성은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김포공항, 청주공항 등이 있어 인접한 경계권에 국제공항을 증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그는 "그렇게 발전하고 좋은 것이라면 역세권이기도 한 수원 군공항 위치에 국제공항을 지으면 되지 않나"라며 "화성 서부에 쓰레기매립장 증가에 이어 군공항마저 들어오면 살기 좋은 곳이 아닌, 이사 가야 하는 지역으로 전락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화성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또 누군가는 피해가 되기 때문에, 공항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지자체)으로 보내는 게 합리적이고 절대적으로 옳다"고 힘을 줬다.
 
다만 "자매 같은 도시인 화성과 수원이 전쟁하듯 갈등을 되풀이해 안타깝다"면서 "두 지역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관련 사업의 주체인 정부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동·서 권역별 특성 맞춘 '질적 균형발전' 지향

 
지난달 3일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김장나눔 및 송편빚기 체험행사에 참석한 김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지난달 3일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김장나눔 및 송편빚기 체험행사에 참석한 김 의장 모습. 화성시의회 제공
그 다음은 균형발전이다. 화성시 인구가 특례시 격상 기준인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동·서로 구분되는 지역의 고른 성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김 의장이 지향하는 균형발전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를 끌어올리는 기계적 균형이 아닌, 권역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질적 균형'이다.
 
그는 "서부와 동탄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이 각각 다르다"며 "지역에 따라 특성화해서 더 절실한 것들을 선택과 집중해 지원해주는 행정·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부는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해 이를 확충해주는 게 우선이고, 동탄을 중심으로 한 동쪽은 인구 대비 부족한 문화시설을 채워야 한다는 구상이다.
 
화성 동부권은 신규 개발사업이 쏠려 시 전체 인구의 60%에 육박하는 반면, 면적의 75%를 차지하는 서남부는 인구가 적은 것은 물론 상하수도, 가스, 의료시설 등 정주 여건이 열악한 데다 공장 개별입지 등으로 난개발마저 심각하다.
 
이 같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결과제로는 '교통 개선'을 꼽았다. "교통망이 확충돼야 이동·소통이 원활해져 시민 편익이 증진되고, 개발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중에서도 마도, 송산 등지를 빠져나가는 나들목(IC)을 서신까지 연결해 해양관광지 등이 밀집한 궁평항, 전곡항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주말에 제부도나 궁평항을 가게 되면 나오는 시간대에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체가 심하다"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거미줄 교통망은 필수"라고 말했다.
 

"소외됨 없도록 의정 손길…희망전도사 될 것"

 
지난달 30일 김 의장이 송산면 경로잔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화성시의회 제공지난달 30일 김 의장이 송산면 경로잔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화성시의회 제공
코로나 엔데믹으로 대면 문화가 부활하는 데 있어서도 그는 균형과 포용의 미덕에 초점을 맞췄다. 시에서 미처 보듬지 못한 분야를 두루 살피고 지원하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김 의장은 "대면 재개되고 효잔치, 체육대회, 문화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참여자들은 자신이 배려 받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느끼는 만큼, 이를 위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고르게 지원될 수 있도록 의정이 제 역할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체육분야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지원을 앞세웠다. 그는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회원이 많은 종목만 쫓아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잘 알려지지 않고 가려져 있는 종목들을 발굴해 기존 2개 종목에 불과한 의장배 대회를 더 늘리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김 의장이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선물 받은 서예액자에는 '희망을 보았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김 의장이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선물 받은 서예액자에는 '희망을 보았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
또 그는 "소외된 곳에 빛을 비춰야 한다"며 바로 옆 탁상에 놓인 서예액자를 가리켰다. '희망을 보았네'라는 글귀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국회의원이 준 선물로, 김 의장이 힘든 시기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는 김 의장은 받았으면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며 한결같이 균형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미 저는 희망을 봤으니, 이젠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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