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윤창원 기자그동안 자신의 '사법리스크' 의혹에 공식대응을 자제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긴급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대장동 특별검사(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여당이 곧바로 '특검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특검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민주당이 단순히 여론전을 넘어 실효성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취재진 피했던 李, 측근들 영장에 회견 자처
그동안 조용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정부·여당에 '대장동 특검을 수용하라'고 칼을 뽑아들었다. 자신이 최측근으로 지목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긴급체포된 데 이어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더 이상 로우키(low-key, 저자세)로 대응했다간 조만간 검찰의 칼끝이 자신을 찌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 대표 측근들을 회유해 이 대표와 혐의를 엮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김 부원장이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서 수사가 대선 자금 의혹으로까지 확대하는 양상이다. 측근들의 심경 변화와 영장 발부 등으로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00일로 예정했던 자신의 첫 기자회견을 1달여나 앞당긴 21일에 열어야했다.
기자들과의 문답을 자제해왔던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민간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과거 인터뷰에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10년 동안 찔렀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했던 점도 상기시키며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다. 다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질문에는 대꾸하지 않고 철저히 자기 방어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與 반발…패스트트랙, 의장 직권상정도 험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특검이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일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회견 직후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특검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도 곧바로 대변인 브리핑 등을 통해 여당에 특검 수용을 재차 촉구하는 등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여론전이 통하지 않으면 다음 방안은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에 태우는 것이다. 그러나 패트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사위원 3/5 이상(18명 중 11명)이 찬성해야하는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설득이 쉽지 않다. 그는 김건희 특검법에도 반대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정훈 의원은 사실상 국민의힘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어렵겠지만, 여야가 협상해서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 외에는 법사위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해 의장 직권으로 특검법안을 상정하는 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이 비록 민주당 소속이지만, 중립을 지켜야할 의장 입장에서 노골적으로 야당 편을 들어주기도 정치적으로 부담이다. 그리고 설사 의장의 도움으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이를 민주당이 다시 뒤집으려면 국회의원 2/3 이상(300명 중 200명)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한 얘기다.
처럼회, 오늘 집회 참석…김건희 특검법도 만지작
결국 민주당이 대장동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은 실제 특검 도입이 목표라기 보단, 추진 과정에서 장외 비판 여론을 형성해 검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여권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만약 정부·여당이 특검을 거부할 경우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며 역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2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동시에 김건희 특검 카드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김건희 특검도 대장동 특검과) 같이 맞물려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김건희 특검법도 그렇고 대장동 특검법도 그렇고 민심이 바라보는 체감도 상당히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