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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외교의 정쟁화 반대하면서 野 '당리당략' 비판한 외교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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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외교가 정쟁의 희생물? 정치가 외교실패 유탄 맞은 것 아닌지도 점검해야

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에게 해임안 통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에게 해임안 통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자신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에 대해 "지금은 정쟁을 할 때가 아니고 국익을 생각할 때"라며 "외교부 수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실에 들러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참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며칠 사이에 밤잠을 설쳤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오랜 외교안보 경력을 거론하며 초당적 국익외교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외교참사'로 규정한 야당의 평가에 단호히 반대했다.
 

영국 여왕에 대한 조문외교, 유엔외교, 캐나다에서의 세일즈외교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에서 보듯 굳건한 한미관계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둘러싼 비판이 대통령실 참모들에 더 집중돼온 점을 감안할 때 야당이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꺼내든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 장관은 외교 수장으로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최근 외교 난맥상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는 게 맞다.
 
외교 실패 논란은 비단 윤 대통령의 '이 XX' 비속어 파문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한일정상회담과 '48초' 한미정상회담, '조문 없는 조문외교' 등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이는 또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실패와 관련해 우리 외교가 과연 국가 핵심산업을 보호할 만한 역량이 되느냐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 당시 미국 의회가 IRA 법안을 막판 처리 중이었음에도 윤 대통령은 이를 까마득히 모른 채 통화만 하고 떠나보낸 사실이 대표적이다. 
 
박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 순방외교의 성과만 주장했을 뿐 이런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과 글로벌 비전을 평가하는데 유독 우리 정치권에서만 이를 너무나 당리당략 차원에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외교의 정쟁화를 반대한다면서 오히려 당리당략이란 폄훼의 표현으로 야당을 자극한 셈이다. 박 장관은 지난 27일 야당의 해임 건의안 발의 때도 입장 표명을 통해 '당리당략'을 언급했다.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서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29일 해임 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는 '당리당략'을 뺀 채 "외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비교적 점잖게 돌아서는 듯 했지만 다시 비판 강도를 높였다.
 
현직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고 오랜 경륜과 여야의 신망을 감안할 때, 외교력 뿐 아니라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막힌 정국을 뚫고 몸값까지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야당에 대한 사과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이제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앞으로 더 나은 국익외교 펼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외교가 정쟁의 희생물이 될 것을 염려하기 전에 혹시 정치가 외교 실패의 유탄을 맞은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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