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청 청사 전경. 화성시청 제공경기 화성시가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인구 증가로 대도시 반열에 오른 지 10년째 구청을 두지 못한 가운데, 구 설치 관련 신규 계획안이 정부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행정 사각지대 우려 고조에도 구청은 '0'
18일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말 기준 인구 94만 7천여 명(등록외국인 포함)으로 1~2년 안에 특례시 격상 기준인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지만, 아직 지역 내 구청이 하나도 없다.
화성시는 특례시를 제외한 경기도 시·군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인구 규모가 비슷한 성남시에 3개 구가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인구 50~60만인 안양·안산시도 2개 구를 운영 중이다.
화성지역 면적(844㎢)은 서울특별시의 1.4배, 인접한 수원특례시보다도 7배에 달한다. 대중교통으로 시청과 외곽지를 왕복하려면 3시간 안팎 걸린다.
인구가 급증한 데다 면적까지 넓어, 행정서비스를 받기 힘든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독립적인 민원 대응 등을 하기 위해 행정구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방자치법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는 구를 둘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구가 설치되면 기존 시청에서 이뤄져온 허가 신청이나 공문서 발급을 구청에서 대신 처리할 수 있는가 하면, 구 단위의 지역축제 기획과 특화공원 조성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구 기준으로 선거관리위원회, 우체국, 경찰서, 소방서 등 국가조직도 신설할 수 있다.
동탄8동 행정복지센터 및 인근 동탄대로. 화성시청 제공
지금까지는 신도시가 위치해 인구 밀도가 높은 동탄과 동부지역 중심으로 2개 출장소를 운영해왔지만, 지역별 현장 행정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정명근 화성시장의 역점 공약인 동·서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구 분리를 통한 효율적 행정체계를 세워 지역별 특성에 맞는 현안사업과 민원서비스를 뒷받침해야 될 것으로 풀이된다.
화성시 관계자는 "향후 100만 화성특례시로 간다는 전제 하에 구청 구획 등에 대한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 각 구청까지 이동시간 20분 내외 목표로 계획안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행안부 문턱서 '답보'…내년 승인 검토 주목
하지만 시의 구청 신설 계획은 수년째 행정안전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시는 인구 50만 명대에 안착한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행정구 설치를 구상했다. 이어 2015년 당시 행정자치부 방문을 통해 구청 신설을 제안했고, 2019년에는 경기도를 통해 '화성시 구청 설치 승인 건의서'를 공식적으로 행안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측이 지난해 3월 구청 신설에 관한 추가자료가 필요하다며 계획안 보완 요청을 보내면서, 시는 올해 4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주민 의견을 취합하고 행정구 조정방안 등을 재수립하고 있다.
이처럼 화성지역 구청제 도입이 더뎌진 배경에는 구 신설에 엄격한 정부의 기조가 놓여 있다. 정부는 과도한 예산 부담과 중간 행정조직 설치로 인한 효율성 저하 등을 우려해 이른바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구 신설을 제한하는 양상을 보였다.
봉담IC, 봉담TC, 봉담과천고속도로 및 수영리 일대. 화성시청 제공더욱이 3개 구청으로 하려던 당초 계획에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지역 간 갈등 문제도 걸림돌이다. 신도시 위주의 동탄권, 봉담·병점 중심의 동부권, 도농복합 중심의 서부권으로 구획을 나누는 것에 대해, 마을 정체성과 문화·교통·학군·인구 증가세 등을 이유로 봉담읍을 중심으로 구청을 1개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별 요구사항에 대한 절충안을 새로운 계획안에 충분히 담아내는 게 시 용역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시가 오는 11월 용역 결과를 내고 연말까지 수정 건의안을 다시 행안부에 제출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검토 작업이 얼마나 더 걸릴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또한 승인이 돼도 조례개정과 조직개편, 임시청사 확보, 사무이양 등 남은 절차에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건의서를 받고 2년여 동안 실무협의를 거쳐 부족한 부분들을 확인해 보완 요청을 했던 것"이라며 "추후 공식 안이 제출되면 검토 할 계획으로, 현 시점에서는 승인 여부나 정확한 심사 일정 등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구청제 당위성 높이고 지역별 특성 살려야"
전문가는 구청이 필요한 지역만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최적의 구획 설정과 세부 추진 계획안을 도출해 구 신설 사업의 당위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두 건국대 겸임교수(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분권연구센터 소장)는 "행안부는 구청이라는 중간 계층을 더 만드는 것을 지양하기 때문에 구 신설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을 승인해주면 다른 곳들의 요구가 잇따를 수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도시팽창과 인구 급증, 광범한 면적 등을 감안해 시청 접근성이 심각히 떨어진다거나 도농복합도시로서 구 단위 행정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어필해야 할 것"이라며 "구 경계를 정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특성과 형평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