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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쑥', 혜택은 '뚝'…추석 대목에도 전통시장 '울상'[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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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추석 대목에도 손님 발길 끊겨 전통시장 '한적'
물가는 오르는데, 소비자 부담에 가격도 못 올려
작년 재난기본소득 때문에 '선방'…올해는 '글쎄'
지역화폐 예산 삭감, 대형마트 간 경쟁도 걱정거리
김동연 "지역화폐 예산 삭감, 소상공인 고통받을 것"


"재료값이 너무 비싸서 많이 만들어 놓지도 못해요. 혹시라도 다 못 팔면 손해가 너무 심각합니다."

경기도 오산시 오색시장에서 만난 반찬가게 사장 박모(45·여)씨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어두운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예년같으면 명절 대목을 맞아 전, 차례음식, 반찬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었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포기당 4천원 가량이었던 배추는 이달 6천원, 무 또한 개당 2천원에서 3천원으로 치솟는 등 재료값이 올라 미리 많은 음식을 만들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씨는 "재료값이 오르면 물건 값도 올려야 되는데, 한 번에 너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찾지를 않으니 걱정"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매출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재료값 대비 판매가가 낮아 수익률은 3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채소가게 사장 강모(66·여)씨도 "올해 시금치 가격이 2배 올랐고, 다른 채소들도 팔기 미안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며 "원래는 가게가 너무 바빠 직원들 따로 고용했는데, 올해는 인건비라도 절약하기 위해 남편과 둘이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7일 경기도 오산시 오색시장의 모습. 이준석 기자7일 경기도 오산시 오색시장의 모습. 이준석 기자
수원시 권선구 권선시장 상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지급한 재난기본소득 덕분에 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과 역대급 태풍 '힌남노' 때문에 손님의 발길이 끊어졌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단돈 10만원이라도 재난기본소득을 주면 소진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올해는 코로나가 끝난 것도 아니고 태풍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힘든 추석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축소·대형마트 경쟁에 전통시장 '위기'


7일 찾은 권선시장의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이준석 기자7일 찾은 권선시장의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이준석 기자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삭감과 초저가 치킨 경쟁에서 비롯된 대형마트 간의 경쟁도 전통시장 상인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지역화폐 관련 예산(본예산 기준)을 올해 6050억 원에서 0원으로 전액 삭감 편성했다. 지난해 1조522억 원이던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6050억 원으로 줄인 데 이어 내년에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절마다 지역화폐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던 시·군은 올해 혜택을 축소하거나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산시의 경우 지난해 설 명절을 맞아 지역화폐인 '오색전'을 구매하면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최대 구매한도는 30만원으로, 30만원을 결제하면 33만원어치 지역화폐를 줬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최대 구매한도가 20만원으로 줄었다.

이 밖에 수원시 등 대부분 시·군은 명절을 맞아 10%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비 지원이 끊기면 혜택 또한 끊길 가능성이 높다.

오산시 관계자는 "지역화폐 인센티브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 구매한도를 축소한 것"이라며 "내년 국비 지원이 없어지면 이마저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8일 김동연 경기지사는 안양남부시장을 찾아 추석 명절 물품 구매하며 상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8일 김동연 경기지사는 안양남부시장을 찾아 추석 명절 물품 구매하며 상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이와 함께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6월 홈플러스가 6990원에 '당당치킨'을 출시한 이후 홈플러스를 비롯한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족발, 탕수육, 제철음식 등 먹거리를 중심으로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은 "지역화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에 활기를 주는 제도인데,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역화폐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데, 예산을 삭감한다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당장의 출혈경쟁을 버틸 수 있는 동력이 있지만 당장의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버티지 못한다"며 "결국 다 도산하면 시장 경제는 대형마트가 지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8일 안양시 남부시장을 찾아 "지역화폐는 지역상권의 소비 진작과 파생되는 일자리 등 효과가 큰 사업"이라며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 상인과 소비자인 지역주민들까지 상당히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돼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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