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또 내렸다.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해 3년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뒤 두 차례 연속 인하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은 높은 환율과 가계부채,집값 불안 등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와 성장 전망이 어두운데 따른 것이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낮춘 것과 관련해 경기·성장 부진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인하 배경에 대해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리스크 등을 고려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와 1.9%로 낮춰 잡았다.
금리를 낮춰 민간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우리 경제의 침체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한은이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분기 경제성장률이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0.1%에 그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는 등 한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큰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결국 한은은 이같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내년 성장률을 1.9%로 낮췄고,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기 부진, 내년 성장률 전망 빨간불…금리 추가 인하 카드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오던 한은이 추가 인하 결정을 내린데는 내년 성장 전망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4분기에도 수출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 경제는 올해 1분기 1.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에도 0.1%에 그치는 등 부진을 이어갔다.
결국 한은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외환·금융시장 안정 과제…고환율·가계부채 뇌관
연합뉴스한은은 금리 연속 인하 결정으로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과제를 안게됐다.
우선 금리 추가 인하로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시중자금이 미 증시 등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더 뚜렷해진 점은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하는 변수로 지목된다.
이 총재도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통화정책의 고려 요소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913조8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관리 강화 등으로 겨우 억제해오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번 금리 인하로 다시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연속 금리 인하로 수도권 집값이 다시 자극받는지 여부도 주의깊게 살펴야할 부분이다.
금통위는 "금리 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