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상가 건물 1층이 나무판으로 막혀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부산을 향해 북상하는 가운데, 과거 침수와 강풍 피해를 경험했던 시민들은 같은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무판으로 입구 봉쇄에 세탁기 밑 벽돌까지…태풍 대비 분주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가 고층 아파트 앞에서는 작업자 십여 명이 마대에 모래를 퍼담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마대자루에 모래를 채워넣고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
이들이 만든 모래주머니는 해안 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가 유리문 앞에 차곡차곡 쌓였다.
고층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바닷물이 들이차는 상황에 대비해 철제 차수문을 미리 걸어 잠갔고, 화단에서는 나무가 강풍에 쓰러지지 않게 하려고 지주목을 덧대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카페 앞에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하기 위한 마대가 쌓여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인근 주민들은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마린시티 일대가 물바다가 된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주민 남성현(70)씨는 "예전 태풍 때 이 일대가 완전히 침수됐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세다고 하니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가진 않을지, 바람에 유리창이 깨지진 않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차수판을 설치하고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비슷한 시각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회센터 건물은 1층 입구 전체가 대형 나무판으로 모두 가로막혔다.
이 광경을 본 한 인근 횟집 주인은 입구를 절반만 가린 자신의 가게 모습과 비교하며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활어집을 운영하는 이수자(60·여)씨는 "태풍 '매미' 때 수족관도 다 깨지고 바위도 넘어오고 피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는데, 매미보다 더 거세고 크다고 하니 너무 겁나고 무섭다"며 "대비는 한다고 해놨지만, 이 정도로 해선 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5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상가 건물 1층이 나무판으로 모두 막혀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부산 도심 속 상습침수지역 중 한 곳인 동구 자성대아파트 주민들은 오전부터 마치 이사를 준비하는 듯 옷가지를 보자기에 꽁꽁 싸매 침대 등 가구 위에 올려뒀다.
강풍에 창문이 흔들리지 않도록 창틀에 덧댄 나무판자를 망치로 때리는가 하면, 집 안에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아래에 벽돌을 쌓아 침수에 대비했다.
부산 동구는 북상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습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아파트 주민이 가전제품 침수에 대비한 모습. 정혜린 수습기자이곳은 지난 2020년 집중호우로 동천이 수차례 범람해 침수되는 등 주민들이 잦은 피해를 겪는 지역이다.
주민 박강(80)씨는 "2년 전 변기와 싱크대에서 물이 역류해 온 집안이 물에 잠겼다. 매년 대비는 하는데 매번 피해가 있다"며 "태풍 올 때마다 사람 할 짓이 못 된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어 "1층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오늘 안에 대피할 예정이고, 나도 오후쯤 정해진 숙소로 대피하려고 준비는 다 해뒀다"며 "물건들은 안 젖도록 위로 올려뒀는데, 냉장고 같은 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 동구는 북상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습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침수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아둔 모습. 정혜린 수습기자지자체, 피해 우려 지역에 "대피 권고"
부산시와 산하기관, 각 구·군 역시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에 나섰다.
부산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비상대응체계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공무원 7600여명을 투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 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해운대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마린시티와 미포, 청사포, 구덕포 등 해안지역 상가 150여 곳에 대피를 권고했다.
동구는 자성대아파트와 삼보연립 등 51세대 주민 88명에게 이날 중으로 가까운 호텔 등 시설로 대피할 것을 당부했고, 남구 역시 침수·붕괴 우려 지역 주민 78명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부산 동구는 북상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습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대피 명령이 내려진 자성대아파트 주민이 창문을 점검하고 있다. 정혜린 수습기자김해국제공항은 태풍 북상의 영향으로 이날 국내선 출발 40편, 도착 46편 등 항공편 86편이 사전 결항했다.
부산시민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주요 공원과 유원지 등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출입을 제한하며, 광안대교 등 교량 7곳은 평균 풍속이 초속 20m를 넘으면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된다.
또 초속 30m 이상의 강풍이 불 경우 부산도시철도 지상 구간의 전동차 운행도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5일 부산 수영구 민락항에 어선들이 태풍에 대비해 피항해 있다. 김혜민 수습기자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이날 정오 기준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370km 인근 해상에서 시속 17km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30ha, 최대풍속은 초속 50m로 세기는 '매우 강'을 유지하는 상태다.
이번 태풍은 6일 오전 8시쯤 부산 남서쪽 40km 해상에 도달하며 부산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보이며, 이 시기 세기는 '강'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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