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제공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분야 등을 향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방위 투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건 모습이다.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만큼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분야 등 전방위 대규모 투자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초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포티투닷(42dot)'을 4277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 16일에는 사내 설명회를 열고 TaaS(모빌리티 총괄) 본부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포티투닷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포티투닷은 '모든 것이 스스로 움직이고 끊김 없이 연결된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에 따라, 이에 맞춘 도심형 통합 자율주행 솔루션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조직 개편을 레벨4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개발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여기에 차량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UAM(도심항공모빌리티)·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전방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모셔널' 합작법인 설립이 대표 사례다. 모셔널은 지난 2019년 현대차가 세계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인 앱티브와 합작해 만들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차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한 협력 개발도 맺었다.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레이더 개발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라이다(L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등도 현대차가 직·간접적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공개한 현대자동차그룹과 모셔널이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현대차그룹 제공완성차 업계, '소프트웨어 퍼스트' 치열한 주도권 경쟁
자동차 산업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연결),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카리아드에 2026년까지 1만명의 직원을 충원하고 300억 유로(약 4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체 트레이스트로닉과 합작해 네오크스를 설립했다. 네오크스는 차량전자제어장치(ECU)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통합해 성능을 테스트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6년 '크루즈'라는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을 자회사로 흡수한 GM도 자율주행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상용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GM은 지난해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GM은 당시 주요 재무 목표를 공개하며 오는 2030년까지 매년 50% 성장이 예상되는 소프트웨어와 신규 사업을 강화해 10년 내로 12~14%의 이익률을 달성하고, 매출도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BMW그룹과 도요타도 지난해 자율주행 상용차 서비스 회사 메이 모빌리티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오토브레인에 각각 투자했다.
BMW는 2016년부터 인텔, 모빌아이와도 손잡고 ICT 플랫폼 역량을 키우고 있다. 포드는 구글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혼다는 올해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헴닷에이아이에 투자를 단행했다.
소프트웨어, 미래차 경쟁력…현대차, 포티투닷 효과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새로운 수익 창구로 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미래차 경쟁력은 물론 자동차와 별도로 떼어내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수익 구조를 만든 테슬라는 물론 스텔란티스도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데이' 행사에서 "무선 업데이트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메리 배라 GM 회장도 'CES 2022'에서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2030년엔 소프트웨어로 200억~250억달러(약 26조~33조원)의 수익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포티투닷 제공
현대차그룹도 포티투닷을 끌어안으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과 관련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019년 설립된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 전문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업체 최초로 국내 유상 운송 1호 면허를 받고,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상암에서 전체 시민 대상으로 운행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셋'을 자체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포티투닷의 데이터셋에는 국내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복잡한 도심 도로 환경에서 확보한 다양한 영상과 라벨링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 자율주행 연구는 대부분 해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셋을 활용했다. 이 때문에 교차로나 이면도로, 곡선로가 많은 국내 도로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러한 과제를 풀어낼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 현대차가 연내 목표로 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통신과 AI까지 접목해야 한다. 이에 서울 도심에서 V2X로 유상 운송 중인 포티투닷과의 협업에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 관련 개발을) 미국 합작법인 모셔널을 통해 주로 진행했는데 기술 융합도 미국 중심이고 국내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다 보니 시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포티투닷 인수를 통해 이런 부분을 메우고 융합적으로 묶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와의 격차가) 1년으로 좁혀졌다는 말도 있지만, 이것은 희망사항이고 사실은 2~3년 격차로 보는 게 맞다"며 "특허 기술부터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포티투닷과 같은 스타트업 인수합병은 앞으로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