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 성일종 정책위의장(왼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잇따르면서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계획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적인 법적 대응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의힘 지도체제는 진퇴양난의 격랑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29일 회의를 열고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 출범 때까지 비대위를 꾸려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또 다시 리더십에 공백이 생겨나자 이를 임시로 대체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원내대표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직무가 있다"며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한 적 없다. 원내대표로서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이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도 없어진 상황에서 당무를 책임져야 하는 당 지도부가 아예 없을 순 없지 않겠냐. 비대위가 들어선 뒤 권 원내대표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원내 지도부 한 의원)"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은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법원의 취지대로라면 권 원내대표도, 비대위 체제도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당헌 개정을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권한을 가진 서병수 전국위의장은 아예 권 원내대표의 퇴진 없이는 (상임)전국위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의장은 "권 원내대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어찌 됐든 실수도 있었고 국민이 이런 상황에 빠진 책임을 원내대표에게 묻고 있는데 거기에 화답해야 하지 않겠냐"며 "새 원내대표를 뽑는 건 행정적 절차만 거치면 1주일 안으로도 할 수 있다. 그가 당 대표 대행을 맡아 최고위원회의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윤 의원은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건 꼼수고 정도(正道)가 아니다"라며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서 그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임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사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이준석 전 대표는 법원에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 8명 전원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이 전 대표의 소송 대리인단은 "무효인 비대위가 임명한 무효 직무대행과 무효 비대위원은 당을 운영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며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앞선)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새 비대위는 물론 그것을 준비하는 현 비대위 체제의 임시 존속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법원이 지적한 문제의 핵심은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의 형식이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 침해인데, 이건 결국 소위 '윤핵관'과 이 전 대표 사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법적으로든 당 내부적으로든 문제 제기가 계속될 사안"이라며 "차기 총선 등 당권을 두고 윤핵관 측과 이 전 대표 측 누구도 이 시점에서 물러나면 얻을 게 없는 만큼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재차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의원 총회는 새 비대위 구성과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대한 토의를 위해 소집됐다. 하지만 새 비대위 구성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논의 주제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전방위 사퇴 압박에 권 원내대표가 이 자리에서 거취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