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국유지를 불하받거나 자녀를 공무원으로 임용시켜주겠다고 속여 8억 원 상당을 가로챈 40대 남성이 실형을 받았다. 이 남성은 가로챈 돈을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강민수 판사는 자녀를 공무원으로 임용시켜 주겠다고 속이는 등의 방식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A(48)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평소 알고 지내던 B씨 등 2명에게서 서귀포시 안덕면 국유지를 싸게 구입해준다고 속여 수십 차례에 걸쳐 7억 5천만여 원을 가로챈 혐의다.
A씨는 이들에게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줘서 국유지를 싸게 매입해 커피숍을 운영할 거다. 매입 대금은 내가 부담할 테니 영업비를 대라. 국유지 중 일부를 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신용불량자에다 수억 원의 빚이 있어서 금융 거래를 할 수 없었다.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국유지를 불하받아 그 중 일부를 이전해 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A씨는 피해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한 딸은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데 사위가 독일에서 검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는 등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이밖에 A씨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11월 사이 B씨 여동생에게 "딸을 제주도청 정규직 9급 공무원으로 임용시켜 주겠다"고 속여 수차례에 걸쳐 3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다.
A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 7억 8천만여 원을 모두 유흥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이나 피해액을 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은 과거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했다가 중형을 받았는데도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별다른 피해회복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부당하게 이익을 얻으려는 피해자들의 욕심이 피해 발생의 상당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