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그룹 박창호 전 회장이 회생 이후 주소지를 옮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연립주택. 서민선 기자회생을 통해 약 8500억원을 탕감 받고 그 직후 100억대 주식 투자에 나서 현재 시가총액 600억원을 웃도는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에 오른 갑을그룹 박창호 전 회장이 '사기회생'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 당했다.
18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민생위)는 박 전 회장을 사기회생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생위는 "피고발인은 채무가 수천억원에 달했는데 2012년 회생을 통해 채무 약 99.8%(약 8500억원)을 탕감 받았다. 문제는 그 직후 수억원씩 주식을 계속 사더니 결국 한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올랐다는 사실"이라며 "박 전 회장이 부인 등 가족 명의로 빼돌린 자산이 주식투자의 시드머니가 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생을 통해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하는 채무 약 8500억원을 탕감 받는 혜택을 누렸음에도 국가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다"며 "편법 주식투자, 증여 등 재산은닉 범죄 행위는 국가와 법체계, 국민을 기만하다 못해 능멸하는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특히 피고발인의 전횡이 이 사회에서 묵인된다면 성실하게 경영하는 기업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가의 신뢰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원칙과 상식이 흔들려 공정과 정의보다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로 범죄사실을 밝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박 전 회장의 자산 은닉 및 사기회생 의혹은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과거 연 매출 1조원을 웃돌 정도로 큰 성장을 거뒀던 '갑을그룹'을 운영하며 신흥 재벌로 불리다가 98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몰락했다. 당시 박 전 회장 또한 채무가 수천억원에 달했는데, 2012년 회생을 통해 채무 약 8500억원을 탕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엔시스 건물. 구글 지도 캡처그 직후 수억원씩 주식을 계속 사들여 최근 시가총액 600억원이 넘는 코스닥 상장사 '정원엔시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고, 투입된 금액만 100억원이 훌쩍 넘어 자산을 은닉한 뒤 회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사기회생'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자금 출처를 추적한 결과 박 전 회장이 갑을그룹 몰락 당시부터 부인 등 가족 명의로 자산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돼 당시 빼돌린 돈이 현재 주식투자의 시드머니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