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리위원회 징계 36일 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3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차기 총선에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리더십에 위기가 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윤핵관이 조금 더 정치적 승부수를 걸기를 기대한다"며 "이준석을 몰아내는 것에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과 같은 윤핵관들과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 윤핵관 호소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400년 전 자신이라면 부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외치던 무능한 장수가 칠천량에서 무적함대를 수장시킨 것처럼 2년 간 쌓은 승리방정식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마음 아프다"며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에도 불구하고 원균의 모함에 의해 파직된 뒤, 조선 수군을 이끌 게 된 원균이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한 것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이후 벌어지는 현재 정부여당 상황에 빗댄 것이다. 당시 조정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라고 한다면, 이순신 장군은 이 대표 자신, 원균은 윤핵관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윤핵관들의 험지 출마를 촉구하며 "수도권의 성난 민심을 느끼면서 같이 고민하면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고, 같은 지향점이 있다면 동지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민 모두 알 듯이 윤핵관들은 그런 선택할 리가 만무하다.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통령께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직접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쓴 것이 언론에 노출된 일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지난 2년 선거에 이길 수 있던 것은 미래를 담는 대안을 만들어냈기 때문인데, 최근 대통령실에서 어떤 수석비서관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던 유튜브에 출연해 국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봤고, 대통령실에서는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우리일을 알리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며 "더 비극적인 것은 당에서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이 자존심을 되찾고 대통령실이 음모론자들과 교류하는 것을 지적하지 못하면 등은 죽어가고, 죽은 당에 표를 줄 국민은 없다"며 "최근 젊은 세대의 기대치가 '급전직하'하는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안 해서가 아니라, 아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여기에 통일부의 업무보고에서 '북한 방송 개방 추진'이 언급된 것을 거론하며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의 발표로는 대통령은 저를 만나시지 않았지만 저는 대통령께 북한방송 개방에 대한 진언을 독대해서 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자유'라는 가치를 통해 체계화된 정책을 시리즈로 내야 한다는 제안을 했는데, 두서 없이 '북한 방송 개방'만 단편적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 "서사와 철학이 빠진 영혼없는 당정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통령실 입장에 따르면 6월 12일에 저는 대통령을 만난적이 없다. 대통령실이 그랬다고 하니까 덧붙이지 않겠지만, 저는 상반되게 독대를 통해서 대통령께 그런 말을 전달한 적이 있다"며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은 존재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오늘 대통령에 대해 세게 말했다고 하는데, 몇가지 사실관계를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누군가는 대통령도 사람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대통령만 사람이냐고 반문해야 한다. 저도 사실관계에 대해 제 할 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기자회견으로 당 내홍과 혼선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는 윤핵관이 일으킨 것으로 저는 최소한의 할 이야기를 했다"며 "양비론은 안 된다. 윤핵관 누구도 자기 가족이 비슷한 일을 당했다면 선당후사하라는 이야기는 안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에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에 대해서는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위인설법(爲人設法)으로 당헌당규를 누더기로 만들었고,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그리고 본질적 민주주의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도 듣지 않고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당내에서 주호영 위원장의 등을 떠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