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저격하기 시작했다. 그간 이 대표의 비판 대상은 주로 '그 섬'이라 지칭한 여의도 국회였지만, 최근 들어 윤 대통령으로 과녁이 바뀌었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수순으로 접어들며 대표직 복귀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의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발언에 대해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민영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한 글이 윤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는 칼럼 내용에 대해 "눈을 의심케 하는 증언"이라며 "박 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용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 상태가 아니다"며 "내부총질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닌가.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적었다. '용피셜'은 용산과 오피셜의 합성어로, 용산 대통령실을 직접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지 이 대표의 비판은 주로 여의도 정치권에 집중됐다. '양두구육', '절대반지 탐욕'으로 '윤핵관'을 비판해왔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언급은 자제해왔다. 이를 두고 비대위가 출범하면 자동 해임된다는 해석을 받아든 이 대표가 용산으로 직접 조준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당헌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차단하는 비대위 출범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조해진‧하태경 의원은 이날 이준석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발의해 상임전국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당 대표가 영구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궐위'가 아닌 '사고', 즉 일시적 공백 상태를 맞이했을 때는 비대위를 구성하더라도 비대위원장이 '대표의 지위를 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개정안은 최고위에서 의결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개정안과 함께 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 대표 주변에서는 책임당원을 주축으로 한 법적대응 검토에 들어갔다. 신인규 전 대변인 등은 비대위 구성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온라인 채팅방을 만들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채팅방에 모인 이들은 오는 9일 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 결정이 나왔을 경우 책임당원들을 중심으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대변인은 통화에서 "당원들의 입장에서 당원주권이 침해받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가처분신청도 하나의 경우의 수로써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직접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으며 기각 시의 타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대표는 장외 여론전에 집중하며 직접적인 법적 대응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도권으로 와서 양주와 의정부의 당원과 함께한다. 한동안 수도권을 돌면서 당원들과 모임을 가지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