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계제로' 동북亞…尹정부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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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낸시 펠로시 美 하원의장 대만 방문…미·중 패권싸움 최고조
中, 대만 포위하며 무력시위…대만 해협 긴장 당분간 지속
한·미, '쌍룡훈련' 등 공세적 연합훈련 부활…北, '불장난' 비난
日, 미국 유착 강화하며 동북아 긴장을 자국 이익에 적극 활용
지지율 급락 속 윤석열 정부 위기관리능력 발휘할지 의문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연합뉴스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연합뉴스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땅을 밟았다.
 
대만 방문을 강행할 경우 의장 일행을 태운 비행기를 격추시킬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던 중국이 다행히도 협박을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아 최악의 사태는 일단 넘겼다.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탄 수송기가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7시간 동안 남중국해에서는 전쟁 직전의 상황이 전개되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졌다.
 
의장 일행 전용기가 대만에 다가서자 중국군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서는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가 이륙해 남쪽으로 향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인민해방군 공군 Su-35 전투기가 대만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생중계를 했고, 미 해군은 인근 필리핀 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31일 항모 랴오닝함을 칭다오 항에서 출항시켰고, 1일에는 산둥함이 모항을 나서 대만해협 인근에 머물렀다.
 
중국은 2일부터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대대적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어 대만 해협 긴장 고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세기 훨씬 넘게 세계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그 패권 도전에 나선 두 나라 사이의 치열한 싸움이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물리적 충돌 직전 사태로 치닫는 분위기다.
 
3연임을 위해 자신의 위상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올리고자 혈안이 돼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입장에서 대만 합병은 어쩌면 가장 확실한 카드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대만 해협을 포기할 경우 남태평양의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줄 뿐 아니라 대만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된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동북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패권싸움은 대만 해협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문재인 전 정부 시절 표명한 이른바 '사드3불' 정책에 대해 중국과의 약속이자 합의라며 정책의 연속성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드 3불' 정책은 한국 땅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계와 한·미·일 3국 군사동맹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다. 
 
발표 당시 문 정부 당국자들은 '사드 3불'이 우리 정부의 입장일 뿐 중국에 대한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밝혔으나 중국은 이를 빌미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미국이 제안한 반도체 '칩4 동맹'에 한국이 가입할 경우 강도 높은 경제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노골화하고 있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세계 반도체 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자신을 비롯해 한국·대만·일본 등 4개국이 반도체 동맹을 맺자는 제안이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가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친미 성향을 노골화해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이 '사드 3불'과 '칩4 동맹'을 빌미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지만 두 나라 사이에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사드보복 조치로 '한한령'이 내려진 지난 2017년보다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 정부가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한반도내 긴장감 역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내년부터 연대급 실기동 훈련 재개를 시작으로 한미연합훈련을 2017년도 수준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특히 상당수의 한·미 해병대와 각종 상륙 장비가 투입돼 포항 앞바다에서 실전처럼 실시하는 '쌍룡훈련'도 부활하기로 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인천 상륙작전 등을 통해 잘 알려졌다시피 전쟁에서 상륙작전은 수비 전술이 아닌 적극적인 공격 전술로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연합훈련이다.
 
양국은 또 북한의 핵사용을 가장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도 강화하기로 했다. 
 
TTX는 북한의 핵 위협이나 핵사용 임박, 핵사용 등을 가정해 각 단계에 맞춘 대응 훈련으로 당장 북한이 7차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핵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다. 
 
아울러 오는 9월에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 협의를 위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하기로 했다.
 
확장억제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있을 경우 한반도를 미국본토 수준으로 방어한다는 의미로 2018년 1월 2차 회의 이후 중단됐다.
 
그야말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중단했던 조치들이 고스란히 부활하는 셈이다.
 
전승절 기념행사서 연설하는 김정은. 연합뉴스전승절 기념행사서 연설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에 북한이 그냥 순순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북한은 이달로 예정된 '을지 프리덤 실드'를 강하게 비난하는 등 한·미 훈련을 겨냥해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전승절 69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직접 포문을 열었다.
 
이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한·미 연합훈련을 향해 "핵전쟁의 도화선을 눈앞에 두고 불장난을 벌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빌미로 조만간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달 아니면 다음 달이 한반도 정세에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서 팽팽하게 맞서면서 동북아시아 정세는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가깝고도 먼 이웃국가인 일본은 미국과의 밀월관계를 최고조로 높여가면서 동북아 긴장 상태를 자신의 이익과 영향력 확보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일본은 최근 외교·상무 장관의 '2+2 경제 대화'에서 올해 안에 일본 내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 연구센터를 신설해 '2나노'의 최첨단 반도체 연구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 대만 유사시 반도체를 확보하고 반도체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것으로 대만과 한국에게 밀린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의 피습 사망 이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한층 더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일본이 동북아 긴장 정세를 틈타 자신의 이익과 영향력을 최대한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서남북 어디를 봐도 꽉 막힌 상황이다. 
 
미국의 눈 밖에 나면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고,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수출이 주력인 경제에 큰 악영향이 예상돼 난감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 출범 석 달도 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해 대내 정치는 물론 대외 정책에 대한 비전이나 제대로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해야할 때로 윤석열 정부는 현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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