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백신 4차접종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확진'됐다. 지난달 21일 확진 판정을 받고 1주일의 격리가 풀린 지 고작 사흘 만인 30일 또다시 양성이 나온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BA.5와 BA.2.75(켄타우로스) 등 전파력과 면역 회피능력이 뛰어난 오미크론 하위변이들이 유행하면서 재감염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2차 감염 사이의 기간도 종전에 비해 현저히 줄고 있다. 하지만 통상 국내에서도 재감염을 가늠하는 기준이 1차 확진 시점부터 45일 경과 여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간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사례는 엄밀히 말해 '재감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주치의인 케빈 오코너 박사는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투여가 끝난 고령층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리바운드(rebound)' 사례라고 밝혔다. 공과 같은 물체가 어떤 충격으로 인해 다시 튀어오르는 반등을 뜻하는 단어의 의미처럼 기존에 채내 침투한 바이러스가 다시금 활성화된 '재발'에 가깝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 환자의 중증화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항바이러스제다. 증상 발현 닷새 이내 투약해야 하며 투여 시점이 빠를수록 위중증 예방효과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약 형태로 5일간 매일 2회분씩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초 우리나라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을 대상으로 처방했다가 지금은 12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폭이 넓어졌다. 임상적으로는 경증·중등증이 해당된다.
'리바운드'는 팍스로비드 치료기간인 닷새가 지난 후 진단검사에서 다시 양성이 나오는 것을 이른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이끌어 온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팍스로비드를 투약한 뒤 같은 증상을 보인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둘 다 고령층 기준인 60세를 훨씬 웃도는 초고령이다. 1940년 출생인 파우치 소장은 만 81세, 그보다 두 살 어린 바이든 대통령은 만 79세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4차접종을 마친 '돌파감염' 사례로 이번이 최초 확진이다.
다만,
재양성 판정을 받는다 해도 위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은 거의 없다는 것이 '리바운드'와 관련된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실제로 첫 확진 당시 마른 기침과 콧물, 피로감 등의 임상 증상을 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무증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코너 박사는 "이번 경우, 추가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면밀한 관찰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재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트위터 화면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재확진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런 일은 우리 중 극소수에게만 일어난다"며 "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주변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 격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구용 치료제를 통한 치료가 이뤄진 상태인 만큼 병이 깊어질 우려는 없지만
전염력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CNN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확진됐던 67세 남성이 그의 생후 6개월 된 손자를 추가감염시킨 사례가 있다. 이 남성은 양성 판정 이후 닷새 간 팍스로비드를 투약했다. 손자와 마주한 시점에는 상태가 호전돼 아무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몸이 다시 나빠진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건 약 8시간 후였다. 그가 손자와 대면한 시간은 불과 30분 남짓이었지만, 이 아기도 사흘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리바운드'가 일어나게 되면 무증상 상태에서도 접촉자에 대한 바이러스 전파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후 재발 증세가 불거진 사흘 동안 두 명의 동거가족을 감염시킨 63세 남성의 사례도 있었다.
팍스로비드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서 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
그 발생기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단지 고령자들로부터 주로 관찰되는 만큼 면역 체계가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약점과 상관관계가 있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다소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팍스로비드 투약이 끝난 시점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 상태였던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니 증상이 나오고 감염력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중증으로 더 가지고 않고 (증상이 재발해도) 경증이기 때문에 팍스로비드를 더 투약할 필요는 없다"며 "전염력은 있기 때문에
증상이 다시 시작되고 나서 열흘 동안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게 미국 보건당국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항바이러스제가 단독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게 아니고, 치료제와 면역 시스템이 협동해서 제거하는 것이다.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 면역 시스템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식"이라며 "고령자들은 면역 노화로 바이러스 제거 능력이 떨어져서 '리바운드'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완치 판정을 받고 2~8일 후 재양성이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고 했다. 또 사흘 정도가 지나면 별도 치료 없이도 완쾌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리바운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팍스로비드 등을 투여한 뒤 재발사례는 따로 통계를 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격리지침도 기존 환자관리와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방대본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해당 제약사(화이자)에서 임상연구를 진행 중에 있는데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에 따라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