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공공주택단지의 모습. 권혁주 기자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첫 일정으로 캄풍애드미럴티와 풍골 에코타운 등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공주택 단지를 집중 방문해 이른바 '오세훈표 고품질 임대주택' 구상을 다듬고 계획을 내놨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30일 은평 혁신파크에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며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첫 '세대통합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세대통합형 주거단지에 대해 "서양 속담에 어르신들과 기혼 자녀들 또 손자손녀들을 키우는 자식들은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함께 사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이 있다"며 "근거리에 함께 부모 자식간에 거주할 수 있는 주거를 많이 만드는 것, 많이 공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방문한 실버타운인 '캄풍 애드미럴티'. 이 곳은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는 '세대통합 주거단지'다.
캄풍과 풍골 두 지역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공주택 단지로 '오세훈표 고품질 임대주택'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대표적 대상지이다. 이들 지역은 오 시장이 곧바로 공급 계획을 갖고 있는 △세대공존형 △도심형 △에너지 절감형 등 공공주택 공급지의 결정판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산하 주택개발청(HDB)이 나서서 아파트를 직접 건설한 뒤 공급까지 도맡아, 고품질의 주택이 저렴하게 공급된 곳이다.
HDB는 우리의 국토교통부 LH공사나 서울시 SH공사와 같은 곳이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지역의 절반 또는 3분의 1가격에 불과하다.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산하 주택개발청(HDB) 주택전시관을 찾은 오세훈 시장. 서울시 제공오 시장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약자와의 동행' 4대 정책의 하나로 주거 분야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구상을 다듬고 또 구체화시켰다.
싱가포르의 경우 인구 약 82%가 공공주택에 살고 있으며 이들 주택은 수요자 만족과 주거 안정을 동시에 이루는 모범적 모델로 꼽힌다.
오 시장은 이날 △싱가포르 공공주택의 내부와 사용자재를 실제와 동일한 쇼룸 형태로 한눈에 볼 수 있는 'HDB 공공주택 전시관' △싱가포르 최초의 실버타운으로 결혼한 자녀가 주변에 거주하며 노인의 외로움과 자녀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세대 통합형 지역사회를 만들고 있는 '캄풍 애드미럴티' △싱가포르 최초의 친환경 스마트시티인 '풍골 에코타운'을 차례로 방문했다.
싱가포르 고품질 직주근접형 공공아파트 견학
오 시장은 HDB가 운영하는 주택전시관을 찾았다.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역사, 시대별 평면‧평형 특징과 최신 주거 트렌드, 주요 자재, 단지별 미니어처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종의 공공주택 모델하우스다.
특히 오 시장은 이 전시관에서 '프라임 로케이션 하우징(PLH·Prime Location Housing)'을 집중 시찰했다. PLH 사업은 싱가포르 HDB가 지난해 11월 처음 시작한 도심‧역세권 등의 직주근접 주택을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공급중인 서울시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도심 등 접근성 좋은 입지에 중‧저임금 근로자가 부담가능한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고품질의 직주근접의 공공 아파트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주거난․장거리 통근 등으로 인한 고충을 해소할 뿐 아니라, 심야‧주말이면 도심이 텅 비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여줄 지속가능한 주택공급 정책으로 주목된다.
오 시장은 "저소득 도시근로자를 위해 값비싼 아파트 사이 과감하게 공공주택을 조성해 공급하는 PLH 모델의 취지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있다"며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도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 청년, 사회초년생 등도 직주근접 고품질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도시 외곽이 아닌 도심‧역세권에 집중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은평 혁신파크, 강동구 고덕에 세대통합 주거단지 조성 시범사업
오세훈 서울시장이 HDB 주택전시관 옥상에서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이어 오 시장은 싱가포르 북부에 위치한 실버타운인 '캄풍 애드미럴티'를 찾았다.
이곳은 '캄풍 애드미럴티'는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많이 사는 10여 개의 공공주택 단지 한 가운데에 조성돼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며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세대통합 주거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변 공공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자녀가 수시로 부모님을 방문해 안부를 챙기고, 자녀를 부모님 집 또는 건물 중층부에 위치한 보육시설(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오 시장은 이런 세대통합형 주거단지 조성 첫 시범사업 대상지로 은평 혁신파크를 꼽았다.
오 시장은 "은평 혁신파크를 생각하고 있는데 부지가 넓다"며 "굉장히 복합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부지이기 때 그 공간을 통해서 이런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 주거를 한 100~200 가구 정도 또 그 근처에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각종 커뮤니티 시설 같은 것을 아울러서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를 또 100-200 가구를 함께 집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갑자기 아이들 돌봄이 필요할 때는 어르신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오 시장은 "세대통합형 주거단지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게 되면 SH공사를 통해서 앞으로 재건축하게 되는 임대단지에도 이런 컨셉을 이런 개념을 집어넣고 그리고 이것이 잘 정착이 되면 민간이 건설해서 분양하는 아파트 형태에도 이러한 개념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며 "새롭게 정책을 개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캄풍 애드미럴티'처럼 주거‧의료‧편의시설이 갖춰진 공공형 주택을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시범 조성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은 "앞으로의 임대주택은 실제 시민의 삶을 고려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며 "특히 세대공존형 주택은 우리가 처한 고충과 사회문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주택모델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