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영우는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지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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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을 가진 우영우 사례는 극소수
대부분 장애인들은 불편하고 외면받는 현실
비장애인과 소통함으로써 성장한 우영우
전장연 시위는 지지하지만 지하철 시위는 거부했을 듯
장애인 대책에 말풍선만 남발해온 역대 정부
이제는 정부가 대답을 내놓을 때

지난달 29일 시작한 ENA 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제공지난달 29일 시작한 ENA 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제공
방송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차분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자폐증을 가진 주인공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이전에도 많았다.

외국 영화로는 '레인맨'이 대표적이고 국내에서는 '맨발의 기봉이'와 '말아톤'이 흥행했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 중에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한다. '레인맨'에서 레이몬드 배빗(더스틴 호프만)은 한번 본 숫자는 모조리 외워버리는 비상한 능력을 발휘한다.
 
영화 '레인맨'. 네이버 영화 캡처영화 '레인맨'. 네이버 영화 캡처
그러나, 자폐인 중에 이런 서번트 증후군을 나타내는 경우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폐인들은 보호시설이 태부족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리저리 쫓겨 다니거나 구석으로 몰려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졸업한 우영우 변호사는 자폐인 중 극소수 예외적 능력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거의 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출퇴근 시민들의 발을 무기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장애인들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자기들만을 위해 시민들의 불편은 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못마땅하다.
 
자폐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영우는 자폐증으로 사회성이 부족하고 감정표현이 서툴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편견을 하나씩 깨뜨리며 성장한다.
 
시청자들은 진솔하고 인간적인 우영우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우영우라는 인물에 공감했다.
 
그런 우영우 변호사이기에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틀림없이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방식까지 지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변호사 우영우는 비장애인들과 섞이고 최대한 소통하는 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방식은 거부했을 것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혜화역에서 지하철 집회를 재개하며 장애인권리예산과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혜화역에서 지하철 집회를 재개하며 장애인권리예산과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청자들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열광하지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는 차가운 시선을 보이는 이유의 지점이 여기에 있다.
 
우영우와 전장연에 대한 국민들의 이런 이중적 괴리감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은 263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5%에 해당한다.
 
자폐증 인구는 100명 당 1%에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24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와 자폐성 장애 등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10만 명이 넘는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시위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책임을 자책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두선일 뿐 실제적인 개선책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희망, 도약, 통합 메시지를 담은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희망, 도약, 통합 메시지를 담은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도 다를 바 없다. 전장연의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대답이 없다.
 
이준석 여당 대표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방송토론에서 "비문명적 시위"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전장연은 한 때 시위를 중단하고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 기본권 개선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인수위는 '지하철 역사에 1개 이상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2023년부터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교체한다'는 교통약자 대책을 밝혔다.
 
그런데, 이를 실현할 예산확보 방안이 없다. 말풍선일 뿐이다.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이후 립서비스만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 장애인들을 분노하게 했다.
 
우영우가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이런 상황을 용인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제는 정부가 전장연 시위에 대해 어떻게든 대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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