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 머리한 이정후. 연합뉴스"하고 싶어도 못하거나 하라고 해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 리그 올스타전에서 이정후(24·키움)는 레게 머리를 하고 등장해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비록 더운 날씨 탓에 관리가 어려워 곧바로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겠다고 했지만 이날만큼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용규(37·키움)는 깜짝 변신을 시도한 이정후의 스타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그는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과감한 스타일 변화를 시도했으면 좋겠다"면서 "팬분들이 보는 입장에서 즐겁고 새로운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분들한테 더 멋있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큰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하고 싶어도 못하거나 하라고 해도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좋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규는 비교적 평범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아대 등 장비들도 눈이 띄는 것을 사용했다"면서도 "이젠 그럴 나이는 지났다. 최대한 튀지 않고 조용히 행동할 위치"라고 선을 그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용규. 고척=김조휘 기자올 시즌 이용규의 전반기 성적은 45경기 타율 2할1푼5리(158타수 34안타) 10타점 21득점으로 전성기에 비해 조금은 아쉽다.
그는 "시즌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았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경기에 출전을 많이 못 했다"면서 "전반기 마지막도 조금 아쉽게 끝났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규는 지난 5월 12일 오른쪽 견갑골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앞선 6일 고척 SSG전에서 상대 선발 오원석의 투구에 맞은 여파로 약 한 달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부상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과감한 플레이를 해도 안 다치는 경우도 많다"면서 "부상을 잊고 경기에 나가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모두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움의 주장을 맡은 이용규는 항상 경기 전 워밍업을 마친 뒤 선수들과 그라운드에 모여 미팅을 주선한다. 그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해야 될 것들과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바로잡으려고 한다"면서 "선수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한 마디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움 선수단. 키움 히어로즈지난 12일 SSG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선 선수들과 결의를 다졌다. 당시 1위 SSG를 2.5경기 차로 바짝 쫓고 있던 2위 키움에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12일 경기에서 SSG에 3 대 7 패배를 당하며 전반기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이용규는 "그때는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내가 못해도 팀원들이 해줄 거란 믿음을 갖고 편하게 하자고 했다"면서 "결과는 아쉽지만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음에 또 그런 타이트한 경기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키움은 54승 1무 32패 승률 6할2푼8리를 기록,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했다. 1위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오히려 키움 선수들에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용규는 "다른 팀을 신경 쓰지 말자고 강조했다. 시즌을 시작할 때 외부에서 우리 팀의 전력에 대한 평가가 낮았지만 잘 이겨내고 있다"면서 "당연히 욕심을 부릴 수는 있지만 언제든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팀을 신경 쓰지 말고 우리 경기에 집중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후반기 역시 남다른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이용규는 "항상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했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런 경기를 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았다"면서 "후반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한다. 매 경기가 중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