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이 18일 오후 4시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스'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리지 제공 엠넷 '퀸덤2' 첫 경연을 앞두고, 참가 팀은 분주했다. 공연의 내용만큼이나 순서도 중요하기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자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효린은 마지막인 6번을 골랐지만, 어중간하다고 여겨져 기피 대상이 된 2번 자리가 비어 있자 "저는 제 순서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라며 2번으로 옮겼다. 그 첫 경연에서 '퀸덤2'의 초반 화제 몰이에 크게 기여한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 무대가 탄생했다. 효린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쳐내기에, 또 관객과 시청자가 그 공연을 즐기기에, 순서가 어떻냐 하는 부분은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었다.
명실상부한 '서머 퀸'으로 불리며 수많은 곡으로 사랑받은 씨스타의 메인보컬 효린. 그가 노래, 춤, 심지어 랩까지 두루 잘하는 '올라운더'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으나, '퀸덤2'는 이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 1인 기획사 브리지를 설립했고, 경연에 '솔로 아티스트'로 참가한 그는 매 경연 셀프 프로듀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궁금증을 자극함과 동시에 높은 기대치를 만족하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2020년 8월 나온 두 번째 미니앨범 '세이 마이 네임'(SAY MY NAME) 이후 앨범 단위로는 약 2년 만의 결과물인 새 앨범 '아이스'(iCE)는 성장을 거듭해 온 효린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부 곡에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해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던 그는, 이번 앨범 신곡 6곡 전 곡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평소 스스로에게 가혹한 편이라는 효린은 그제야 자신을 칭찬했다. '한순간도 그냥 보내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효린의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스' 발매 쇼케이스가 열렸다. 보통 간단한 인사 후 사진 촬영을 하는 식순과 다르게, 효린은 암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수록곡 '오버 유'(Over you)를 열창했다. MC 김신영의 말처럼 단숨에 콘서트장의 오프닝 무대가 펼쳐진 듯했다.
효린이 수록곡 '오버 유'로 첫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브리지 제공귀를 사로잡는 베이스라인, 신스팝 키보드가 인상적인 팝 장르 트랙 '오버 유'는 타이틀로도 경합했을 만큼, 효린이 무척 아끼는 곡이다. 효린은 "저만의 방식으로 인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먼 걸음 해 주셨는데 타이틀곡 한 곡만 들려드리고 (취재진을) 보내기가 아쉬워서 제가 너무나도 아끼고 좋아하는, 타이틀로도 고민했던 노래를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들려드리면서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이틀곡은 '노 땡스'(NO THANKS)가 됐다. '노 땡스'는 쿨하게 상대를 밀어내지만 가끔은 사랑을 바라고 얼음처럼 차갑지만 한순간 대책 없이 녹아버리기도 하는 마음을 가사로 표현한 알앤비 힙합 댄스곡이다. '노 땡스'라고 낮게 읊조리는 후렴이 인상적이다.
'오버 유'가 워낙 좋아 타이틀곡으로 고민했다는 효린은 "제가 노래와 춤을 같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같이 보여드릴 수 있고, 좀 더 신나게 함께할 수 있는 노래로 타이틀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퀸덤2' 때) 각이 잡혀 있고 딱딱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 보여드렸던 것 같아서, 여유를 보여드리면서, 더운 여름에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노래였으면 해서 '노 땡스'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높은 힐을 신고 춤을 추는 '힐 댄스'는 이번 '노 땡스' 무대에서도 계속된다. 효린은 "저 자신한테도 힐 댄스를 고집하는 것, 왜 뭔가 더 높고 더 힘든 걸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제가 알게 된 답은 그거였던 것 같다. '이건 내가 못 하겠지?'라고 생각이 들면, '그럼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들면서 한계치를 더 깨나가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다. 그래서 고수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효린이 타이틀곡 '노 땡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브리지 제공'아이스'라는 앨범명은 '여름에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떠올리다가 발견했다. 효린은 "얼음은 늘 찾게 되는 시원함이 있지 않나"라며 "차갑고 단단할 때가 있고, 녹을 땐 금방 녹아서 물이 된다. 무대 위의 모습이 (언) 얼음 같고, 무대 내려왔을 때 얼음 녹은 것 같아서 저랑 비슷하다고 봤다. 저의 성격과 성향이 잘 묻어나게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이별을 앞둔 연인이 슬픔을 잊고자 아름다운 몸짓으로 그려내는 마지막 춤을 소재로 한 '바디 토크'(BODY TALK), 청량하면서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아 예'(Ah yeah), 싱어송라이터 주영이 피처링한 섹시한 분위기의 곡 '레인 로우'(Layin' Low), '퀸덤2' 파이널 신곡 대결에서 선보인 '와카 붐'(Waka Boom)까지 총 6곡이 실렸다. 전 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으며,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효린은 "무대 위에서 노래하면서 감정만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라 제 이야기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저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는 게 뿌듯하고 감사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이렇게 비슷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게 음악인데 감정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걸) 공유하고 싶어서 프로듀싱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앨범 작업에) 조금씩 참여는 했다. 이번 앨범에선 전체적으로 프로듀싱을 했는데, 앨범 나오고 크레디트를 보니까 모든 곡에 제 이름이 적혀 있어서 뭉클했다. 프로듀싱이 너무 재밌더라.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게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라며 "제가 저에게 칭찬을 잘 못 한다. 채찍질을 더 많이 하는데, 이번엔 '5년 동안 쉬지 않고, 한순간도 그냥 보내지 않았구나. 참 열심히 보냈구나' 생각했다. 처음으로 저 스스로에게 칭찬해줬다"라고 밝혔다.
효린은 미니 3집 '아이스'에 실린 6곡 전 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헀다. 브리지 제공깊은 생각을 하거나 분석을 하면서 듣기보다, 그저 편안하고 여유롭게 자신의 신곡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게 효린의 바람이다.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는 목표도 딱히 없다. 그는 "(제) 있는 그대로의 편안함을 이번 앨범에 그대로 녹이고 싶은 게 컸다. 제 음악이랑 제가 열심히 준비한 앨범 들으시고 많은 분들이 되게 시원한 여름 보내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끝인 것 같다. 여러분이 행복하시면 저는 행복하고 그것만으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돼 현재 많은 가수가 전국 투어 및 해외 투어를 하는 상황. 효린 역시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그는 "늘 무대하고 공연하면서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사람이고, (그걸)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 크기가 얼마만큼인지는 저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5년이 지난 지금 돌아봤을 때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어려웠"지만, 2017년 1인 기획사를 세운 것도 "공연을 빨리하고 싶고 음악을 빨리하고 싶어서" 선택했다는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정말 다양하고 멋지고 흥미로운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바랐다. 약간의 귀띔을 부탁하자 효린은 "다양한 장르 곡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여러 가수의 공연인 것 같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라고 답했다.
팬들로부터 "보고 싶었다"는 말과 "언니, 이런 장르도 잘 어울리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효린의 미니 3집 '아이스'는 오늘(18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