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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우면산 지뢰지대…우리집 뒷산에도 있는데 사고예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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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9년이 흘렀지만 전쟁 피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20년 넘게 지뢰 제거 작업을 해왔으나 해제된 지뢰 지대는 단 한 곳도 없고,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남아있는 지뢰가 유실될 위험도 있습니다. 접경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지뢰 피해가 발생하는데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뢰 관리 주체인 군 당국에 책임이 제기되는 가운데 CBS노컷뉴스가 지뢰 사고 실태, 문제점, 대책 등을 짚어봤습니다.

[잔여 지뢰③]
후방 지뢰지대 37곳, 지뢰 2천발 넘게 남아
'작전 완료' 지역도 지뢰지대 해제는 안 해
부처, 민관 협력 통한 지뢰 제거 요구

▶ 글 싣는 순서
①한국전쟁 휴전 이후 69년…여전히 도사린 '지뢰 사고'
②지뢰 사고,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③우면산 지뢰지대…우리집 뒷산에도 있는데 사고예방은?
(끝)

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뢰지대 옆으로 등산로가 나있는 모습. 허지원 기자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뢰지대 옆으로 등산로가 나있는 모습. 허지원 기자
서울 서초구 우면산엔 발견되지 않은 지뢰 18발이 남아 있다. 지뢰 지대 주변엔 '이 지역은 과거 지뢰 매설지역으로 출입이 금지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펜스와 둘둘말린 윤형 철조망 옆으론 등산객들이 지나다닌다. 지난 5일 오전 등산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우면산에 지뢰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얼마 전 서초구로 이사 온 최모(71)씨는 "(지뢰 표지판을 보고) 지뢰가 있으면 위험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다 제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전부 제거되진 않았다는 말엔 "폭우가 오고 유실되면 위험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60대 서초구민도 "18개 남아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어디 숨어있는 지뢰들이 비바람에 쓸려서 올 수 있으니 수거해야 한다. 요즘 기술이 발달해서 더 잘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30년 넘게 우면산에 다녔다는 김숙자(75)씨는 지뢰지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비 왔을 때 지뢰가 굴러온 것도 봤다"면서 "10여 년 전에는 한 아주머니가 밤 주우러 통제 구역에 들어갔다가 지뢰가 폭발해 다리가 잘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봄에도 군에서 지뢰 제거하는 모습을 봤다"며 "옛날과 달리 지금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안 들어가고 정식 길로 다녀서 괜찮다"고 덧붙였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군은 북한의 부대 기습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전국 방공기지 주변에 M14 대인지뢰를 매설했다. 우면산도 그중 한 곳이다. 이날 등산로를 빠져나오는 길에 "과거 지뢰 매설 지역으로 사고 발생 위험이 있어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뢰지대 안내문. 허지원 기자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뢰지대 안내문. 허지원 기자

후방 남은 지뢰 2천 발…안전·혼란 우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실이 합동참모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1998년부터 작년까지 전국 지뢰지대 1308곳에서 지뢰 6만9603발을 제거했다. 남은 지뢰 수량은 군이 지뢰 매설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미확인 지뢰지대 202곳(총면적 107㎢)이 있어 확인할 수 없다. 예산은 2011년부터 10년 동안 253억원을 썼다.

비무장지대나 민간인통제선, 서북 도서와 떨어진 '후방 지뢰지대' 37개소에는 지뢰 2342발이 남아있다(7월 6일 기준). 안전 검증까지 거쳐 지뢰 제거 작전이 완료된 곳은 14곳인데, 잔여 지뢰가 없는 곳도 있지만 많게는 86발까지 남아있다.

지뢰지대 전국지도. 녹색연합 제공지뢰지대 전국지도. 녹색연합 제공
후방 지뢰지대는 2001년 국방부가 군사적 목적이 사라진 곳으로 선언하고 지뢰 제거작업을 시작했던 곳이다. 앞서 군 당국은 2006년까지 지뢰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고 2019년 다시 인력과 장비를 보완해 2021년 10월까지 지뢰 제거 작업을 마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실현되지 않아 남은 곳들은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작전 완료 예정이다.

작전이 완료됐더라도 '지뢰지대' 지정이 해제되진 않는다. 우면산도 지난해 18발을 못 찾은 채 제거 작전을 완료했지만 제한 구역으로 남았다.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후방 지역 지뢰 제거 작전은 방공진지 울타리 주변을 국민이 등산로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지뢰 제거 후 금속 검출 확인 등 안전 검증까지 끝나면 '작전 완료'로 판단하는데 혹시 몰라 지뢰지대를 해제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자체나 토지 소유주가 꼭 필요한 지역이라고 요구할 경우 해당 관리 부대와 추가적인 협의를 거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적인 지형 변화나 산사태, 산불 등으로 지뢰지대가 훼손돼 매설된 지뢰 일부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지뢰 위험 지역이라 지역에 공고를 내고, 현장에 안내문을 설치하고 지역에 대해 출입 통제 조치를 해놓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뢰지대 경고 표지판과 펜스 모습. 철조망 아래로 틈이 나 있다. 허지원 기자서울 서초구 우면산 지뢰지대 경고 표지판과 펜스 모습. 철조망 아래로 틈이 나 있다. 허지원 기자
시민단체 녹색연합은 2020년 2월 '지뢰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후방 지역에 지뢰가 남아 생기는 문제점으로 △허술한 관리 △시민 혼란과 위험 가중 △유실 가능성 등을 들었다. 현장 조사 결과 지뢰지대와 안전지대를 나누는 펜스가 허술하게 설치돼 있고, 애매한 '과거 지뢰지대'와 같은 용어 사용으로 시민들의 혼란과 위험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또 지뢰지대가 산 정상부에 있는 탓에 폭우나 산사태로 지뢰가 유실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매설된 M14 대인지뢰는 작고 가벼워 맨눈으로 찾기 어렵고 물에 뜨기도 해 유실되면 발견이 어렵다. 게다가 플라스틱인 탓에 국방부가 주로 쓰는 탐지기로는 탐지가 안 돼 수목을 자르거나 땅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지뢰를 탐색하다가 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참 자료에 따르면 유실 지뢰 수는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0년 동안 460개였다. 특히 2020년에는 폭우로 쓸려나간 지뢰가 많아 305발이 발견됐다. 군 당국은 매년 장마나 집중호우 등으로 지뢰 유실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지뢰 탐색 작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참 관계자는 "한강 하구 등에 매설된 게 아니고 떠내려온 지뢰는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있어 작전에 어려움이 있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M14 대인지뢰 모형. 플라스틱으로 직경 5.5cm, 높이 4cm, 무게 112g  정도다. 허지원 기자M14 대인지뢰 모형. 플라스틱으로 직경 5.5cm, 높이 4cm, 무게 112g 정도다. 허지원 기자

국방부 주도 탈피…부처 간·민관 협력 지뢰 제거 요구


시민사회계에서는 국방부 주도 지뢰 제거 작업이 한계가 있다며 지뢰 제거 기구를 범정부 차원에서 설립하고 민간인을 작업에 참여시키는 등 유엔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에 따라 지뢰 제거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지뢰행동표준은 세계 지뢰 오염국이 도입해 지뢰·폭발물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지침으로, 정부 부처 간 협력, 민관 협력, 국제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한다.

'전쟁잔류폭발물의 처리 등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현재 지뢰와 같은 잔류 폭발물 제거 및 폐기 권한은 국방부 단독 권한이다. 그동안 군은 '지뢰 등 특정 재래식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뢰를 제거해왔는데 지뢰지대를 구분 짓는 구조물에 대한 규격 및 관리 기준은 물론 지뢰 제거에 관한 조항이 없어 '법적 근거 없이 지뢰 제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관련해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후방 방공기지 지뢰 제거 작전을 할 때 합참에서 작전 지시만 하고 구체적인 지뢰 탐지 및 제거에 대한 지침을 전달하지 않아 경험이 없는 장병들이 지뢰 발견을 못 한다"며 "안전 검증 시에도 작전에 사용한 장비를 갖다 놓지 않는 등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안 듣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방부는 군 단독으로 실시하던 지뢰 제거 작업을 민간과도 함께할 수 있도록 명시한 '지뢰 등 제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아직 정부가 법안을 국회로 넘기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방부 장관이 지뢰제거활동위원회 등을 총괄하게 해 군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국제지뢰행동표준 활동을 포괄하지도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간인 지뢰 피해자 지원 단체 (사)평화나눔회 조재국 상임 이사는 "국제지뢰행동표준에 보면 지뢰 제거 후 제거가 확실히 됐는지 검증하는 작전을 해야 하는데, 제거가 3년이면 검증도 3년 걸린다"며 "민간인이 활용해야 할 지역인데 전문가들이 들어간 독립적인 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지뢰 제거가 끝났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지뢰를 설치하는 전문가지만 제거하는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행안부나 복지부에서 지뢰 제거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회에서 설훈 의원 대표로 발의한 '국가지뢰대응기본법'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지뢰대응위원회를 설치, 행정안전부 중심 국가지뢰행동센터 설치 운영,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관 설치 등 UN 표준에 따라 지뢰 제거 활동을 명시했다. 이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설훈 의원은 "지난 10년간 국방부는 지뢰 제거에 20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 후방지대에 2천개가 넘는 지뢰가 남은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국가지뢰대응기본법을 통과시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 제거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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