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휴전 이후 69년…여전히 도사린 '지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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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9년이 흘렀지만 전쟁 피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20년 넘게 지뢰 제거 작업을 해왔으나 해제된 지뢰 지대는 단 한 곳도 없고,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남아있는 지뢰가 유실될 위험도 있습니다. 접경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지뢰 피해가 발생하는데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뢰 관리 주체인 군 당국에 책임이 제기되는 가운데 CBS노컷뉴스가 지뢰 사고 실태, 문제점, 대책 등을 짚어봤습니다.

[잔여 지뢰①]
정부 차원 첫 지뢰 피해자 보고서 작성, 결과 분석
지뢰 피해자 1171명, 전체 불발탄 피해자 6428명
2000년대 들어서도 지뢰 피해자 49명
폭우 등 유실 가능성도, 정부 차원 대책 필요 지적

▶ 글 싣는 순서
①한국전쟁 휴전 이후 69년…여전히 도사린 '지뢰 사고'
(계속)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지난 3일 오전 9시 40분경, 강원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하천에서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수해 작업을 하던 30톤에 달하는 굴착기는 산산조각 났다. 굴착기 기사 50대 남성 문모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문씨는 굴착기를 타고 하천 주변 나무를 정리하던 중 대전차 지뢰로 추정되는 물체를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기동대를 동원하고 탐지견을 투입하며 군청과 함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조사 중"이라며 "유실 지뢰일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69년…여전히 도사리는 '지뢰 사고'


한국전쟁 휴전 이후 69년이 흘렀지만, 지뢰 폭발 사고는 믿기지 않게도 현재까지도 일어나고 있다. 잔여 지뢰가 여전히 전국 곳곳에 남아 있기에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 등에선 아직도 도사리고 있을 전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지난해 6월 국방부 '지뢰 및 폭발물 피해자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뢰 피해자는 1171명으로, 불발탄(폭발하지 않은 폭탄이나 포탄, 탄약 등) 피해자까지 합하면 총 6428명에 달한다.


지뢰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피해 실태 파악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민간 지뢰피해자 지원단체인 (사)평화나눔회가 국방부 의뢰를 받아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피해자 신고 접수와 사고 발굴, 면담 등을 통해 진행했다.

조사 결과 1953년 휴전 이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지뢰 사고 피해자는 △1950년대 220명(사망 138명·부상 82명) △1960년대 508명(사망 241명·부상 267명) △1970년대 223명(사망 79명·부상 144명) △1980년대 91명(사망 50명·부상 41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쟁 발발을 지나 휴전 이후 피해 숫자가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1970년대~80년대 들어선 감소 추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부분은 비교적 최근인 1990년대와 2000년대다. 1990년대의 경우 지뢰 사고 피해자는 53명(사망 24명·부상 29명), 2000년대는 49명(사망 10명·부상 39명)으로 나타났다. 휴전 이후 시기가 한참 지난 후에도 여전히 수십 명의 전쟁 피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2000년대 사고 사례를 보면 2017년 6월 15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50대 남성 정모씨가 공사 일을 하다 지뢰 폭발로 다쳤다. 2015년 3월 8일 인천 백령도에선 산에서 약초를 캐던 주민이 지뢰를 밟고 부상을 입었다. 2014년 10월 6일 인천시 대청도 야산에서에서는 벌목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 김모씨가 매설된 지뢰가 폭발해 숨졌다.

지역별로는 경기에서 5명이 사망했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강원은 사망 3명·부상 13명, 인천은 사망 2명·부상 4명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조사단장을 맡았던 평화나눔회 조재국 상임이사는 "지뢰 피해자의 99%가 M14 플라스틱 및 M16 대인지뢰 등 한국군 혹은 미군이 뿌린 지뢰에 의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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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다, 농사하다 '쾅'…국방부는 나몰라라?


전체 지뢰 피해자를 보면 남성이 86.9%, 여성이 1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은 △어린이들 놀이장소에서 발견(23.2%) △농사(15.6%) △나물 채취(13.1%) △고철 분해(13.6%) △땔감 채취(12.6%) △작업(7.6%) △고철 수집(7.2%) 순으로 나타났다.

지뢰지대가 집중돼있는 경기도 연천과 파주, 강원도 철원, 양구에서 피해자가 많아 전체의 58%를 차지했지만 서울에서도 피해자는 나왔다.

1980년대까지 피해자의 상당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다. 둘을 합하면 전체 지뢰 피해자의 약 50%에 달했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어린이, 청소년들이 지뢰 및 불발탄 위험에 노출돼 있었고 지뢰 사고 방지 교육이나 사고 예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들어서는 30~50대의 피해가 집중됐다. 최근 철원군 사고처럼 작업 중 사고가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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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위험 지대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국방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지난 2001년 후방지역 지뢰지대 30여 곳을 '군사적 목적이 사라진 곳'이라 선언하고 지뢰 제거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20년 동안 200억 원 넘는 예산을 썼는데도 지뢰 위험을 완전 해제한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전국 곳곳에 잔여 지뢰가 남아있는데, 폭우 등으로 유실될 가능성도 있어 지뢰 사고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최근 철원군 지뢰 사고의 경우에도 군은 수해복구 작업 전 군부대에 지뢰 탐색을 요청했고, 군은 일주일 간의 탐색 작업을 마쳤다. 그런데 약 보름 뒤 해당 지역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것이다.

평화나눔회 조재국 상임이사는 "지뢰 피해자에 대한 구제 장치에 관심을 안 두는 것만이 아니라 피해를 유발하는 지뢰지대를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사람들이 다치고 개인 (소유의) 땅이 지뢰지대로 남아있는 모습 등이 전쟁 피해가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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