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 '검수완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가운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대심판정에 입장하는 모습. 류영주 기자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다투는 권한쟁의 심판 공개 변론이 12일 열렸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청구한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으로 배치된 게 적법한 지 여부다. 헌법재판관들은 이날 첫 공개 변론에서 이같은 판단을 위해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의 결정적 장면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민형배 탈당 후 안건조정위원 지정, 꼼수인가 위법인가
국민의힘 측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이유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탈당'을 해 무소속이 된 후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 위원이 된 점, 조정위에서도 제대로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의결된 점 등이 조정위 취지를 형해화시키고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측은 민 의원을 조정위 위원으로 선임한 데 대해 헌법상 '자유위임의 원칙'을 들어 반박했다. 민 의원의 탈당 행위와 그를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행위 모두 신념에 따른 '정치적 선택'이라는 취지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이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에 행하도록 규정한다.
절차적 위법성을 따질 때 제일 중요한 부분이 '민 의원의 탈당'인 만큼 헌법재판관들도 이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어떤 행위가 자유위임 원칙에 따라 존중돼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민주당 측 변호인은 "법사위 위원장이 민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한 행위"라면서 "이는 국회법상 법사위 위원장의 권한이며, 어떠한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든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민 의원의 행위 자체도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결정"이라고 했다. 이에 이 재판관은 "국회의원의 자유위임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할 경우, 의사 결정이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도 괜찮느냐"고 재차 묻자, 민주당 측 대리인은 "그렇게 말씀 드리지 않았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재판관은 거듭 "민 의원이 언론의 표현대로 '꼼수 탈당'을 한 것이 헌법의 중대한 원리인 민주주의 원칙,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는게 청구인의 주장이고, 탈당한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지정한 게 절차적 하자 있을 수 있는게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민주당 측은 "현행 국회법에는 입법 취지까지 고려해 조정위원으로 누구는 선임할 수 있고 선임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탈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입법 취지까지 고려해 회의체 구성에 관한 국가기관의 행위를 옳고 그르다는 사법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격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국회의원 탈당은 '정치'인데 그 맥락을 봐야 한다"면서 "형식적으로 '나는 무소속'이라는 건데, 우리가 다투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자는 것"이라면서 "탈당한 시기나 이유, 그 사람이 이 법안에 찬성하는지 여부를 봐야한다"고 압박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민 의원의 탈당 이유는 뭔지, 복당 신청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복당 했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측 대리인은 "탈당 의도는 모른다. 추정컨대 문제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4월 26일 밤 안건조정위 17분, 안건은 조정됐나
조정위에서 충분한 심의가 있었는지도 다툼의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측은 "10여개 법안을 일괄 상정한 후 안건 자료 배포나 조정도 없이 그야말로 백지 의결을 17분만에 강행했다"면서 "조정위 의결 자체가 무효며, 이를 전제로 공포된 검수완박 법안 자체가 효력이 없다는 게 청구 취지"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측은 "조정위 전에도 이미 수차례 합의가 있어 충분히 심의 표결권을 보장받았다"며 "오히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을 포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가 언급하는 조정위는 4월 26일 밤 11:37분에 열린 제1차 법사위 조정위로, 회의는 17분만에 산회됐다. 헌법재판관들은 4월 26일 밤 열린 조정위에 대해서도 질문을 쏟아냈다. 이미선 재판관은 "조정위에 어떤 안건도 상정되지 않았다는거냐"고 묻자, 국민의힘 측 변호사는 "상정 자체도 안됐다고 보기 어렵고, 열 몇개가 동시에 상정됐다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 재판관이 "안건으로 상정 안됐고 토론도 진행되지 못했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그것이 절차에 심각한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국회 통과한 수정안도 여야 협의안과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 민주당이 법안 통과에 대한 생각이 있었으면 안건 조정 합의안을 놓고 충분히 논의 해야만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조정위에 상정된 법안이 있었을 것 아닌가. 어떤 법안이 책상에 깔려져 조정안으로 탄생한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민주당 측 대리인은 "조정위 회부된 건 검경수사 개혁 법안 11개 법안이 전부 다 회부됐다"면서 "그 중에서 검찰청법 일부 개정법률안 대안 제7항,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법률안 대안 의사 일정 12항, 이 두 건을 조정안으로 표결에 부쳐 두 안건이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불과 17분 만에 조정안을 뚝딱 만들었다"며 "11개 법안을 상정한 건 맞지만, 그 얘긴 안건 조정을 안 했다는 증거"라고 맞받았다.
이 재판관은 본회의 상정 전 숙려 기간이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국회법 93조 2항이 지켜졌느냐는 질문이다. 국회법 93조 2항에 따르면 본회의는 위원회가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의장에게 그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지나지 않으면, 그 법률안을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다만, 의장이 특별한 사유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이를 정한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국민의힘 측은 "그런 협의는 실제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협의가 있었다고 확인을 못했다"면서 "1일 관련 협의라는 개념은 협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국회의장 권한에 속하고, 법안 통과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협의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의장이 판단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법안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은 이날 공개 변론을 끝으로 선고 준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헌재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건이 많은 만큼, 9월 검수완박법 시행 이전에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날 공개 변론이 시작된 검수완박 법안 관련 권한쟁의 이외에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낸 권한쟁의 심판도 있다. 한 장관이 낸 심판은 아직 공개 변론일이 잡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 사건과 병합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 사건이 절차적 하자 문제를 부각한다면, 법무부 사건은 절차적 하자를 포함해 법안 자체의 위헌성까지 다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