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 황진환 기자밴드 부활 리더 김태원과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가 최근 표절 논란이 불거진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5일 방송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기존에 발표한 여러 곡이 유사성 의혹을 받은 유희열의 표절 논란을 주제로 다뤘다.
우선 김태원은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두고 "보통 표절을 하면 멜로디를 한두 개 바꾸는데, 제가 들어본 결과 멜로디 여덟 마디가 똑같더라. 그 점이 아이러니하다"라고 꼬집었다.
'너의 바다의 머무네'(2014), '유희열의 생활음악' 중 '내가 켜지는 시간'(2021), 성시경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2002),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에서 발표한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Please Don't My Girl, 2013) 등 유희열의 기존 발표곡도 줄줄이 유사성 의혹을 받고 있다.
김태원은 "다른 예전 곡들도 (표절과 관련해) 오르내리는데, 너무 방관을… (한 게 아닌가) 그게(표절이) 병이라면 치료가 되기 전에 방관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닌가"라며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표절)가 얘기된 적은 별로 없고 거의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좋아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라는 것은 작가로서 핑계가 안 된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유희열이 작곡을 전공했다는 점을 들어 "이 부분(표절)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거다. 이런 사건이 터진 건 객관적으로 의도와 양심을 이야기하기 민망한 수준이다"라며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싶다"라고 바라봤다.
원작자가 유희열의 곡을 일부 유사성이 있긴 하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는 "사실 동종업계 종사자가 표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음악가들은 서로 양해하는 상황이 있다"라고 짚었다.
5일 방송한 MBC '100분 토론' 캡처앞서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와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이 유사하다는 제보가 온라인에서 널리 퍼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유희열은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시인했다.
오히려 사카모토 류이치가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의 작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볼 수 있다.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라며 표절로 규정하고 문제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유희열은 지난달 22일 소속사 안테나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오랜 시간 저에게 애정과 믿음을 갖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의 철학과 배려가 담긴 편지를 받은 후 위대한 예술가로서, 그리고 따뜻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반면 저 자신이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다시 한번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표절 의혹 시발점이 된 '아주 사적인 밤'이 포함된 [생활음악] 앨범의 LP와 음원 발매를 취소하겠다고도 알렸다. 그러나 '아쿠아' 이외의 다른 곡 유사성 의혹에 관해서는 "영향과 표절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동의가 어렵다. 입장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희 또한 이러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라는 소속사발 입장이 전부였다.
유희열의 표절 의혹 제기 후 항의 글이 빗발쳐 그가 진행하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시청자 게시판은 폐쇄됐고, 유희열은 하차 없이 그대로 진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