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필요악" 10년 "흉악범에 불가피", 사형제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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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사형제 헌법소원 심판 공개 변론
세 번째 위헌 심사…96년·10년 '합헌'
헌법재판관 4명, 인사청문회서 "사형제 폐지 타당"

사형제도가 세 번째 위헌 심판대에 올라 존폐의 기로에 섰다. 앞선 두 번의 심판대에선 '합헌'을 받았지만, '위헌'에 선 재판관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번 재판에서 사형제에 대한 결정이 새롭게 나올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과거 두 번의 위헌 심판에선 사형제에 대해 어떻게 결론 내렸고 소수 의견은 어땠을까. 과거 소수 의견이 이번엔 다수 의견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996년 헌재 "사형제, 필요악으로 불가피"

1996년 헌법재판소가 심리한 것은 사형수 정모씨가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250조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이었다. '95헌바1'라는 번호가 붙은 이 사건에서 김용준 소장 등 7명(김문희, 황도연,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의 재판관은 합헌 취지의 다수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지극히 한정적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와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이라며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적어도 현행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이기도 하므로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때 두 명의 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위헌' 의견을 냈다. 김진우 재판관은 "형벌로서의 사형은 징역형이나 금고형과는 달리 사형 선고를 받은 자에게 개과천선할 수 있는 도덕적 자유조차 남겨주지 아니하는 형벌제도"라고 비판했다. 김 재판관은 "아무리 훌륭한 법관이라도 인간이 하는 재판인 한 오판이 있을 수 있고, 집행을 마친 뒤엔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승형 재판관도 소수의견을 통해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범죄자에 대한 개선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형벌"이라면서 "영구히 사회로부터 범죄를 격리한다는 기능에 있어선 사형과 무기징역 간에 별다른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로 사형이 갖는 독자적 효력을 부정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2010년 헌재 "흉악범에 불가피…개선은 필요"

2010년 헌재는 또 다시 사형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한 끝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상은 광주고법이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건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5(합헌) 대 4(위헌). 합헌이 2명 줄었고 위헌이 2명 늘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이강국, 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송두환)은 사형이 헌법상 보장된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지만, 살인죄 등을 저지른 흉악범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와 극악범죄의 피해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 등 '현실론'도 반영했다.  

다만, 합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 중 민형기, 송두환 재판관은 사형제를 합헌으로 보되, 제도 개선이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을 제시했다. 사형제도 자체보다는 오남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는 등 형벌 조항들을 재검토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이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헌법상 국민의 생명권 보장에 주목하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김희옥·김종대·목영준·조대현 재판관은 "생명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사형제는 그 자체로서 위헌"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가 존치·집행되는 국가가 59개국에 불과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간 실행되지 않아 이미 사형제는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래픽=김성기 기자

2022년 헌재, 이번엔?

오는 14일에는 사형제가 세 번째 심판대에 오른다. 이번 사건은 '부천 부모 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윤모씨가 검찰의 사형 구형에 반발해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윤씨 측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며 효과적인 범죄 억제력이 없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헌법 제110조 제4항에 대해서도 전시 상황에서 사형제를 불가피하게 인정하는 규정일 뿐이라 사형제의 헌법적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할 예정이다.

반대 측에 서게 될 법무부장관은 사형제가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에 법무부장관이 보낸 변론요지서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사형제 존속 여부가 선진국이나 인권국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며 사형제 존치가 후진적이란 인식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다수의 국가들(84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사형제 유지하고 있는 바 사형제 존치만으로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국내 여론도 사형제 존치 근거로 내세웠다. 2021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형제 유지 견해가 77.3%에 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구인과 법무부장관은 각각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이번 사건의 참고인으로 추천했고, 헌재는 이를 수용·지정했다. 또 헌재 직권으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참고인으로 선정해, 사형제와 일반적인 범죄 예방 효과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법경제학 측면에서 설명을 듣겠다는 취지다. 오는 14일 공개 변론에서 헌재가 자문을 요청한 일반적 범죄 예방 효과 여부 뿐 아니라 헌법 110조 제4항의 해석, 형벌의 본질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래픽=김성기 기자법조계에선 사형제 폐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분석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데다 다수의 재판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가 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해서다. 유남석·문형배·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대안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달랐지만, 사형제 폐지 찬성 쪽으로 발언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기영·이미선 재판관까지 힘을 실을 경우 위헌 정족수인 6명이 채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2010년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현재 국가인권위원장)도 진보 성향이었지만 합헌 의견을 낸 적이 있어 결론은 끝까지 알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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