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시 소재 원전 관련업체를 시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 안하고 원전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했다면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내달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를 앞두고 이번주 한주 동안 공론장이 잇따라 열리면서 민관 각계 의견이 쏟아졌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바보 짓 했다"며 '친원전' 의지를 재확인했고, 산업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원전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충고가 나왔다.
지난 21일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를 개최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정책 환경변화를 고려하고 △탈원전정책 폐기 등 에너지 분야 새정부 국정과제를 근간으로 해 △관련 업계,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제안 수렴 후 확정·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틀 뒤 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전환포럼과 공동 주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개토론회'에서도 정부는 똑같은 설명을 내놨다. 정부 측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겨냥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는 외국의 에너지정책 현황을 제시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안보 환경이 급변했음을 강조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캡처공식 발표 전이지만 현 정부 에너지정책의 골자는 대선 공약과 인수위 발표 등에서 이미 맥락이 드러난다. 탈원전 폐기와 원전의 녹색분류, 원전 10기 수출 추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지하되 원전 비중 제고 등 명실상부한 친원전이다.
현 정부 에너지믹스는 원전 비중 확대, 신재생에너지 축소가 당연시된다. 정권교체 전인 지난해 12월 정부 발표로는 2030년까지 발전 비중이 신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로 계획됐었다. 그러나 현 집권여당은 대선 과정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20~25%, 원자력 30~35%를 제시하며 원전 비중을 끌어올렸다.
마침 22일 정부는 1조 원 이상의 발주, 6700억 원대 기술투자 등을 담은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 안하고 원전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했다면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는 '안전규제' 완화 의도로 해석될 만한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원전 위주 정책이 재생에너지 침체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산업부 공청회와 토론회에서 분출했다. 특히 에너지믹스 조정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시 RE100 달성 저해로 인한 수출 저해 우려까지 거론됐다.
현재 수준으로도 연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지난해 21.5TWh)은 삼성전자(27.0TWh)나 SK하이닉스(23.5TWh)의 한해 전력 사용량에 못미친다.
국내 재생에너지 연간 발전량은 반도체 수출의 주역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중 어느 회사의 1년 전기 사용량도 채워주지 못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자료 캡처23일 토론회에서 SK E&S 차태병 재생에너지 본부장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24%까지 낮춰도 현재 7%인 비중을 앞으로 8년 내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도전적 목표인 것은 변함 없다"며 "원전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쉬엄쉬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수석연구원도 "원전 우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하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현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공청회에서는 '원전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활동가는 "정부는 임시저장시설이나 늘리는 등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대해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형식적 방안만 내놓고 있다"며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