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초구청, 6·1지방선거 직전 무더기 해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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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선발된 구청직원 23명 명단 입수…구청 안팎 특혜성 논란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둔 4월부터 부구청장을 포함한 일부 공무원들이 구청의 예산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뒤늦게 사실이 드러난 것은 연수 대상인 구청 직원들을 비공개 방식으로 모집했던 탓도 작용했습니다. 당시 주요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공직 기강' 확립 차원에서 해외 연수 등이 자제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 연수가 진행됐던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직원들은 박탈감을 호소합니다.

선거 1~2개월 전 비공개 모집한 직원 대상 해외 연수
선거 직전 '공직 기강' 차원 '자제' 분위기…다른 구청들과 대비
연수 못 간 직원들 "바쁜 선거 기간 왜 갔나, 박탈감 느낀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서초구청 소속 공무원 수십 명이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과 5월 등 여러차례에 걸쳐 구청의 예산 약 8천만원을 집행해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해당 연수 프로그램들은 대상자 이외엔 진행 여부를 알 수 없도록 비공개로 모집된 점도 드러나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박탈감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청 직원들은 국내외 도시 교류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는데, 지방 선거라는 주요 일정 직전의 시점에서 구청 내 '행정 공백 유의' 등의 공직 기강 확립 요청이 강조됐던 점과는 사뭇 대비되는 행보다. 게다가 연수 대상에 포함된 직원들은 특혜를 누렸다는 반응이 내부에서 생겨나면서 구청 수뇌부와 특정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직원들이 혜택을 본 것 아니냐는 '정치 중립' 논란도 불거졌다.

서초구는 전임 조은희 청장이 국회의원(국민의힘)에 당선된 뒤부터 부구청장의 대행 체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구청장 직무 대리인 천정욱 부구청장도 해외 연수 대상에 포함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구청 공무원 23명은 '신명나는 직장 분위기 조성' 사업으로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호주와 싱가포르, 두바이 등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4월에는 천 부구청장을 포함해 홍보담당관, 기획예산과 직원 등 6명이 호주에 다녀왔다. 또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도로과를 포함한 일부 공무원들이 싱가포르에 다녀왔으며, 이후 교육체육과 등 공무원들은 두바이(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 해외 연수 직원 리스트 캡쳐 서초구 해외 연수 직원 리스트 캡처

취재진이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단독으로 입수한 '서초구 예산 지출 내역' 자료에 따르면 총 세 번의 해외 연수로 총 8천여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호주를 다녀온 천 부구청장을 포함해 직원 5명은 '국제화여비' 명목으로 최소 3천만 원을 지출했다. 해당 연수로 부구청장은 약 800만 원의 예산을 썼으며, 그와 동행한 5명의 공무원은 개인당 560만 원의 예산을 해외 연수비용으로 사용했다.

이밖에 싱가포르와 두바이를 다녀온 직원들은 '국제화여비' 명목으로 1인당 200만 원 예산이 책정돼 혜택을 받았다.
 
연수를 다녀온 직원들은 구청 내 도로과, 물관리과, 홍보담당과, 기획예산과, 도시인프라조성과, 교육체육과, 사회복지과, 복지정책과, 아동청년과 어르신행복과 등의 부서 소속이다.
 
문제는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시점이 지난 3월 말부터 5월 31일까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 내 정치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행안부-시도 합동점검' 기간 속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구청 측은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중립 및 공직기강을 철저히 확립해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러 차례 내보내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구청 관계자들은 "선거를 앞둔 시기 구청 예산을 이용한 해외 연수의 경우 선거 중립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해외 연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 선거운동' 등의 의혹이 나올 수 있어 대부분의 구청에선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북 지역의 한 구청 직원인 A씨는 "선거 업무 등 업무량이 급격히 많아지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시기에 연수를 가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지 않겠느냐"며 "특히 코로나19로 고생한 보건소 등 관련 부서에서 느끼는 박탈감이 클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타 구청 관계자 B씨 또한 "해외 연수를 다녀올 수는 있지만 선거 기간에는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개인별로 해외 연수를 기획해서 상부에 결재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선거 중립성 훼손 우려와 많아지는 업무량 등을 이유로 선거 기간에는 자제한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번 해외 연수의 경우 당사자가 아닌 직원들은 전혀 모르게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일부 직원들이 목소리 내지 않았으면 끝까지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초구 직원 C씨는 "다녀온 일부 직원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연수가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왜 선거기간에 굳이 비공개로 연수를 진행했는지, 예산은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지 등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 D씨 역시 "선거 기간엔 특히 업무량이 많은데, 특정 부서의 특정 인물에게만 비공개로 연수를 기획해줬다"며 "비공개 연수로 큰 상처를 입은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먼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에 따라, 그간 매해 진행되다가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국외연수를 재개하게 되었다"고 해명하면서 "국외연수는 선거중립 문제와 전혀 무관한 사안으로 이와 연계하는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반박했다.
 
왜 비공개로 연수를 진행했느냐는 질문에는 "국외연수는 해당 부서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결제 및 심의를 거쳐 결정하며 이번에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추진한 사항"이라며 "이후 연수도 순차적으로 계획하였으나 원숭이 두창 등 추가 전염병이 우려되어 현재 보류 중이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각 부서가 알아서 진행한 것인 만큼 '특혜' 시비 역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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