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짜'라서…, 협조를 구하러…, 한 수 배우러…." 스스로 '정치 초짜'라며 몸을 낮췄던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당선이후 발언이나 메시지 등에서도 초보의 겸손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잠룡'으로서 '김동연표 정치'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3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회동을 하고있다. 박종민 기자김 당선인의 당선 이후 일정을 분석해 보면 크게 정책적 행보와 정치적 행보로 나눌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경제 관료 출신답게 이념보다는 전문성이 우선이다.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기보다는 민생에 도움이 되느냐 즉, 실용이 중요하다. '실사구시'다. 김 당선인이 가장 먼저 경기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찾은 이유다. 인수위에 정치색을 빼고 전문가들로 채운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충남 천안의 천안지방법원이었다. 초대 법원장이었던 정봉모 판사(아내 정우영씨 할아버지)의 흉상 앞에서 그는 '공명정대'를 다짐했다. 그는 흙수저다. '엄빠 찬스'는 꿈도 못 꿨다. 그런 그가 엄빠 찬스 대신 '경기 찬스'를 이야기한다. 전관예우, 기득권에 대한 거부이면서, 기회의 공정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보여준 모습은 '협치'다. 경쟁자였던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찾아 인수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이어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조언을 듣는가 하면,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을 차례로 만나 협조를 구했다. 정치 초짜가 정치 선배들에게 한 수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민을 위한 길에 여야, 진영, 이념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기존 여야 정치인들이 늘 대립하는 모습과는 달리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교체의 아이콘이 되어 중도 확장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아내 정우영 씨가 14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했다. 사진은 참배 후 만난 시민과 대화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측 제공김 당선인은 일정 중에 민주당원으로서 당에 안착하기 위한 시간도 상당 부분 할애했다.
김 당선인은 13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눈물을 보였다. 방명록에는 "노무현 대통령님 뜻 받들어 사람 사는 세상 경기도부터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다음날에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김 당선인은 만남 후 "문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에 대한 말씀과 갈라져서 서로 간에 반목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통합의 정치에 대한 말씀을 줬다"고 전했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두 전직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자신을 향한 당내 정체성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당선인의 잦은 충청권 방문도 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정치적 해석이 뒤따른다. 그는 지난 6일 충남 천안지원을 방문한 데 이어, 18일에는 충북을 방문해 대학생 대상 특강과 주민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15일에는 수원에서 열린 충북도민회 임원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 부부는 모두 충청이 고향이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4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앞서 김 당선인은 이날 오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 제공당선 확정 이후 2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김 당선인의 발길에는 대권이 아른거린다. 꼼꼼하고 치밀하다.
김 당선인은 항상 대권을 묻는 질문에 "경기도정을 잘 하기에도 벅차다"고 했다.
대권은 김 당선인의 자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선 도정의 성공이 전제 조건이다. 실사구시와 공명정대하게, 꼼꼼하고 치밀하게, 도정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치교체 아이콘이고, 민주당내 세력화고, 충청권 민심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