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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해 공무원 피살 논란…해경·군 권위 실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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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북한 피격 공무원 사건'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북한 피격 공무원 사건'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 국방부 등 윤석열 정부가 1년 9개월 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뒤집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조사와 국제사법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가안보실도 피살된 1등 항해사 이 모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시켰다. 이씨 유족은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며 청와대와 해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윤석열 정부의 판단은 '국방부의 신뢰할 만한 자료와 피살된 이씨가 3억원이 넘는 도박빚 등으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이 아닌,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자진 월북한 것 같다'고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정반대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판단을 뒤집었지만 그 근거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컵에 물이 반 컵 든 사실을 보고 어떤 이는 '반 컵이나 들어 있다' 하고, 다른 이는 '반 컵 밖에 안된다'라고 해석한 것이나 별 차이가 없는 논리이다.
 
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A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2년 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A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경 발표를 지켜본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실 문재인 정부 때도 월북 가능성 발표를 놓고 논란은 있었다. 국회 등에서도 '월북이 맞냐,안맞냐'를 두고 다른 얘기가 일부 있었지만, 당시 국방부가 비공개 회의를 통해 사건 경위를 상세히 보고했을 때 여야 의원 누구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염려스러운 것은 윤석열 정부가 해경과 국방부 등 같은 국가 기관을 통해 결정을 번복 시켰다는 것이다. 차라리 별도 조사 위원회를 새로 만들거나 시간을 들여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나온 결정이라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똑 같은 국가 안보.보안 기관에서 불과 2년도 안돼 판단만 달리 내놓다보니 해경과 군의 권위는 상실될 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었을 뿐 달라진 상황은 없다. 국가 기관이 내린 결정은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이런 식이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영혼 없는 공무원 또는 정부 부처'라는 비판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새 정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형식도 아쉽다. 중요한 판단을 바꾸려면 그에 걸맞는 방식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판단을 뒤집으면서 해경은 일선 경찰서 서장을, 국방부는 국방부 정책기획과장을 통해 각각 언론에 브리핑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월북이 아니었다'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다 보니 낮은 직급으로 갈무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 정부 일수록 안보와 보안 기관의 권위가 존중돼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만 상처를 받게 된 것이 아니고, 정권과 상관없이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수호해야 할 해경과 국방부의 권위도 동시에 실추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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