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00일이 넘어서자 전세가 급격히 러시아쪽으로 기울고 있다.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들은 전쟁이 점차 러시아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전쟁 초기에 선전을 하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점 밀리는 이유는 뭘까?
① 러시아 소모전 전략 먹혔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시 세베로도네츠크 상공에서 포연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우선, 러시아가 동부 지역에서 펼치는 소모전 전략이 점차 먹히고 있다. 초반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려다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물러선 러시아는 동부로 전선을 옮겼다. 느리지만 천천히 진격했다.
특히 동부 돈바스 지역은 지형상 평지라 치고 빠지는 국지전이 어렵다. 무기도 배로 많이 소모된다. 러시아군은 무기를 계속 쏟아부으면서 천천히 진격하는 반면에 우크리아나는 그러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의 바딤스키비츠키 부국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하루에 쓸 수 있는 포탄은 5천~6천발 가량인데, 러시아군은 10배에 해당하는 5만발 가량을 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서방으로부터 포탄을 지원받고 있지만, 쏘아올릴 수 있는 장비가 구소련 시절의 구식이라 쓰질 못하는 실정이다. 포탄 수에서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② 로봇 신형무기 기다리다 목 빠진다
미군이 보유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연합뉴스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첨단 로봇 무기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가 커졌지만, 현실에선 아직 그림의 떡이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은 전장에 도착하려면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무기가 도착해도 병사들이 사용법을 익혀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
오히려 미국이 HIMARS 지원을 약속하자 러시아는 강하게 경고하면서 무기 도착 전까지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군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로봇 보다는 포탄인데, 신형 무기를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는 상황이다.
③ 시들해지는 여론, 전쟁 회의론 고개
동부 리시찬스크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 연합뉴스전쟁이 100일을 넘어가고 장기전 조짐을 보이면서 서방 국가들의 지원 열기가 서서히 식는 점도 한몫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이 벌써 지쳐가고 있다"며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하다.
특히 치솟는 물가로 여론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세계 에너지 가격과 식량가격이 연일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 초반에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냈던 많은 국가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계산기를 두드릴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의 단결과 미국의 지원이 굳건하지만, 민심이 흉흉해질 경우에 선거에서 정권이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당장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초조한 상황이다. 반면,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러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간 싸움에서 여유가 있다.
④ 전망은?
9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에서 기관총을 쏘는 우크라이나군. 연합뉴스
돈바스 지역 화력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 지역을 함략하는지 여부가 전쟁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보급선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 돈바스 루한스크 주의 세베로도네츠크 전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객관적으로 전선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진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수주 안에 세베로도네츠크를 비롯해 루한스크 주 전역을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포탄 부족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지난주만 해도 하루 100명대가 목숨을 잃고 있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매일 2~300명이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피해도 크지만 러시아는 기세를 몰아 전쟁자금을 늘리며 올인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버티기에 들어간 만큼 결국 서방 국가들이 얼마나 우크라이나를 체계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오래 도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