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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 속 여정을 어떻게 설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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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하>
부산에서 월미도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스크린에 그려내기까지

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CJ ENM 제공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감독님은 로케이션 헌팅할 때 사진으로 판단하지 않고 가서 직접 보고 그 공간에서 공기를 느낍니다.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모여 감독님만의 영화가 완성된다고 느꼈습니다." _이목원 미술감독
 
부산에서 시작해 영덕, 울진, 인천 월미도 등으로 이어지는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 소영(이지은), 해진(임승수) 그리고 소영의 아기 우성의 여정은 그들의 감정을 층층이 쌓아가며 서서히 관객에게 스며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는 국내 배우, 국내 제작진과 함께 한국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기대를 모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 여정의 시작점인 부산을 비롯한 여러 한국의 장소와 한국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 여러 가지 후일담을 들려줬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부산에서 월미도까지…감독에게 깊은 인상 남겼던 한국의 장소들

 
▷ '브로커'가 시작되는 장소가 부산인데요. 왜 부산을 시작점으로 삼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한국에 베이비 박스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시설이 많기 때문에 그곳에 맡겨지는 아이의 수가 많다고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까 서울에 한 곳밖에 없었어요. 그곳에 일본보다 열 배 넘는 아기가 맡겨졌다는 거죠. 사실 일본도 마찬가지로 한 곳밖에 없는데, 한 곳밖에 없는 시설을 갖고 영화를 만들게 되면 일반화시키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서울이 아닌 부산이라는 도시에 베이비 박스를 만드는 게 허구적인 느낌을 가미할 수 있고, 영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참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9년 12월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 최초로 설치됐다. 가로 70㎝, 높이 60㎝, 깊이 45㎝의 베이비 박스가 있는 담장 벽에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부산, 영덕, 울진, 월미도 등 한국의 여러 장소와 그곳만의 풍광이 담겼는데 이 장소들은 어떻게 섭외하게 된 건가요?
 
"부산은 영화제를 통해서 여러 차례 다녔던, 정말 좋아하는 도시이기에 먼저 부산을 기점으로 했습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산과 바다가 다 있고, 풍경들이 정말 영화적이에요. 평면적이지 않고 높낮이가 계속 있죠. 그래서 최대한 언덕, 비탈길, 계단, 이런 것들을 살려서 영화 속에 담고 싶었죠.
 
그다음에 제가 영화제를 통해 가본 적 있는 강릉, 강릉에 가면서 타봤던 KTX…. KTX를 탔을 때 터널이 굉장히 많았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기본적으로 기차를 좋아해서 부산, 강릉 그리고 KTX는 꼭 영화에서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 루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 대부분 자연광 속에서 촬영되며 모든 장면이 아름답게 영화에 담겼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창동 감독의 '버닝', 나홍진 감독의 '곡성' 등 세계적인 감독들과 함께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홍경표 촬영감독과 처음으로 함께하셨는데요. 두 분이 촬영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2019년, 본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영화 찍는다면 어떤 촬영감독이 좋을지 봉준호 감독님에게 의견을 구했어요. 봉 감독님에게 연락했더니 바로 '홍경표 감독님이 좋겠다. 그렇지만 굉장히 멀리까지 스케줄이 잡혀있는 바쁜 분이라 스케줄이 맞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죠. 실제로 연락해보니 준비 기간이 짧아서 힘들 거 같다고 거절을 한 번 하셨어요. 재차 봉 감독님을 통해서 꼭 부탁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수락하셨죠.(웃음)
 
알고 보니 우리가 동갑내기더라고요. 수락한 다음부터는 정말 합이 잘 맞아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홍 감독님 안에는 필름의 감각과 센스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분의 촬영은 어둠 속에서 어둠과 함께 빛으로 그림을 그려 나가는 거 같아요. 이번에도 홍 감독님 특유의 감각이 영상에서 잘 표현됐어요. 조명 설계부터 모든 걸 홍 감독님께 맡겼습니다."


영화 '브로커'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브로커'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조금 더 다양한 관객들에게 영화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


▷ 촬영하시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때는 없었나요?
 
"즐거운 추억만 남아 있을 정도로 정말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됐어요.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는 KTX 안에서 송강호 배우 이지은 배우가 대화하는 신이에요. 터널을 들어갔다 나오는 그 수십 초 사이에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었죠. 타이밍을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어요. 터널에 들어가고 나올 때 어떤 대사를 해야 하는 미묘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배우들, 스톱워치를 갖고 있던 스태프들, 촬영팀, 제작부가 고생했죠."
 
▷ 넷플릭스와도 작업하고 '브로커'를 통해 한국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여러 제작 환경을 경험하고 계신데요. 연출자로서 이상적인 작업 환경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감독이건 프로듀서건 작가건 창작 능력을 지킬 수 있도록 기획개발비가 지불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기획을 성사시키려면 예산이 필요해요. 또 한국은 촬영하는 동안 휴식 시간을 제대로 준수하는 등 노동 환경이 지켜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러닝 개런티도 받는다고 들었어요. 작품이 성공하면 창작자가 환원 받는 거죠. 제작 환경에서는 지금 말한 세 가지가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지금 일본에는 이 셋 중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이걸 개선하려고 투쟁한 지 10년이 넘었네요. 조금씩 개선하고,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이제 곧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를 한국 관객분들께 선보일 시간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왔어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이해받기 어려운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없어요. 평소에도 아트하우스 영화를 만든다는 의식도 없고, 아트하우스와 엔터테인먼트를 따로 나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송강호 배우가 출연하는 만큼 한국의 많은 관객이 기대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송강호 배우가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게 정말 엄청난 경사거든요. 그렇기에 평소 제 영화를 보지 않는 분들을 포함해 다양한 관객이 극장에 오실 것 같습니다."(웃음)
 
<부록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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