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미국에 '13조원' 통 큰 투자…국내 車생태계, 호재?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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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전기차 투자, 국내 위축?…현대차그룹 "'제2의 앨라배마' 효과"
국산 부품의 해외 수출 증가 및 부품 협력업체의 글로벌화 도움 역할
과거와 다른 미래차 자동차 생태계…당시 부품군 그대로 적용은 '글쎄'
한경연 "정부, 국내 車 부품업계 연구개발 감소…정부 지원 확대 필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왼쪽)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현대차그룹 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왼쪽)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투자를 계기로 국내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과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기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미국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과 배터리셀 공장 투자 등을 포함한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 확보 계획을 공개했다. 또 자율주행·로보틱스·UAM 사업과 관련해서도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밝힌 대미 투자 계획은 총 13조원이 넘는 규모다.

"국내 업체 매출 증대 효과"…현대차그룹, '제2의 앨라배마 효과' 기대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바탕으로 현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요를 증가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제2의 앨라배마' 효과도 노리겠다는 의지다.

앨라배마 효과는 2005년 현대차그룹이 미국 첫 생산 거점인 앨라배마 공장을 가동한 이후 가져온 경제 효과를 빗댄 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가 앨라배마 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그룹이 대한무역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토대로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대에도 못 미쳤던 실적은 지난해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149만대는 같은 해 국내 판매량 126만대보다도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부품사 대미 수출액은 11억7500만달러에서 69억1200만달러로 6배 이상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뼈대인 생산 설비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며 "국내 설비업체들의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다가 앨라배마 공장 건설을 기점으로 미국 진출을 확대했는데 현재 미국 조지아에 사업장이 있는 한일이화(현 서연이화), 대한솔루션 등 40개 사가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국산 부품의 해외 수출 증가와 부품 협력업체의 글로벌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2004년 국내 자동차 부품의 수출액은 60억1700만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4배가량 증가한 227억7600만달러의 부품을 수출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직원 수는 8만5470명에서 10만7483명으로 늘어났다. 연구 개발 인력도 2007년 5931명에서 2020년 1만1739명으로 증가했다.  

과거와 다른 미래차 자동차 생태계…당시 부품군 그대로 적용은 '글쎄'

하지만 해외 투자에 집중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반적으로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차가 노리는 제2의 앨라배마 효과도 기존 생산 체계에서는 들어맞았지만, 완성차 업계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 재편에 따른 현시점에서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과거의 부품군을 지금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나 배터리, 자율주행과 같은 부품 산업군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영역이라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우리는 센서 생산에 취약한 반면 미국에서는 업체 상당수가 만들고 있다"며 "양국 협정으로 관세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내 부품 기업으로서는 미국에서 센서와 관련한 부품을 수입해 다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밖에 없고 물류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미래차 작업 환경 같은 경우에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고, 미국으로 떠나면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자국 이익 우선 정책 기조도 걸림돌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부품도 자국에서 생산하라고 하는데 현재는 한미 FTA 협정으로 한국에서 만든 부품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부대조항을 이용해 부품 비율을 역내(한국과 미국) 62.5%에서 75%로 올리고 있다"면서 "국내 부품업체 중에는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 조립하는 업체도 상당한데 이들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자국 기업 이익을 위해 첨단 기술과 같은 부품군을 그룹화해 이에 해당하는 분야는 임금을 미국 내 노동자 수준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국내 부품 업체로서는 원가 상승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노동 환경과 생산 시설의 디지털화도 고려해야 한다.

한경연 "정부, 국내 車 부품업계 연구개발 감소…정부 지원 확대 필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면담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면담 자리에서 영어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미래차 분야와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날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 분야로 확대 재편하면서 연구개발(R&D)과 인력, 예산 지원을 정부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가 모빌리티로 진화하며 전후방 연관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관련 R&D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자연은 코로나19 이후 비계열 부품기업 273개사 중 R&D 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한 기업은 85개사였는데 이러한 추세는 미래차 전환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쟁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혁신역량의 격차 확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한자연 연구위원 이항구 박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면 국내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 증대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것은 과거 내연기관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봐야 하고 현재 전기차, 자율주행차 영역에서는 우리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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