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공기살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회피하는 가해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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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 스포일러 주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후 11년 만에서야 피해구제 조정안이 나왔지만, 기업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전히 피해자와 피해 사실이 존재하지만 가해자들은 판매 중단된 살균제와 함께 가해 사실도, 책임도 다 끝난 것처럼 회피하고 있다. 영화 '공기살인'은 참사에 연관된 모든 가해자를 향해 책임을 묻고, 새로운 목격자들이 가해자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이 있다.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 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투에 나선 정태훈(김상경)과 한영주(이선빈)는 처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와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소원' '터널' '비스티보이즈'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소 작가는 가습기살균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출시된 '세계 최초'이자 '대한민국 유일' 가습기살균제는 이후 17년 동안 약 1천만 병의 판매를 기록한 히트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는 피해 신고자만 7666명에 피해사망자는 무려 1742명에 이르는 대규모 살인을 일으킨 참사의 주범이 됐다.
 
'세계 최초' '대한민국 유일' 타이틀을 내세웠던 가습기살균제는 폐 질환 피해자 백만여 명이 속출한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로 기록됐다. 그러나 가해 기업들은 2011년 역학조사를 통해 가해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2022년인 지금까지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공기살인'은 현재진행형인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기업과 정부 등 참사를 외면하고 방관한 모든 가해자를 향해 그 책임을 묻는 작품이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는 1994년 첫 출시된 후 2011년 원인미상 급성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고 밝혀진 사실, 그리고 다시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참사와 피해자, 유가족을 수수방관하는 가해 기업들과 정부의 상황까지 압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참사의 시작과 원인, 지난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점, 명확한 가해 사실에도 오히려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 그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상황을 분명하게 짚어낸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임을 알기에 갑갑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 '공기살인'이 필요한 것은 '현재진행형'인 참사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원인과 피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가해자가 여전히 경제 권력의 지위를 누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공기살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잘 몰랐던 참사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관객들을 참사의 목격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 사회와 관객을 잇는 방법 중 하나다.
 
물론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참사가 가진 무게에 짓눌리는 사람도,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한 마음 한뜻으로 수많은 참사에 관심을 갖고 피해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적 참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결국 참사의 피해자는 단지 '그들'만이 아닌 '우리'가 될 수도 있었고, 될 수도 있는 우리 사회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권력과 그들이 만들어 낸 잘못된 시스템은 늘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놓여있고, 권력은 늘 약자인 피해자들을 외면해왔다. 개별적인 참사의 원인과 규모 등은 다를지 몰라도 모두 거대 권력과 그들의 책임과 사회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는 사회, 우리와 동떨어진 피해자만의 문제로 보는 시선도 반복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참사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는 한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사회적 참사가 나타날지 모르고, 그때 '피해자'는 '나'와 '우리'가 될 수 있다. 그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 중 최소한의 것은 바로 직접 피해자가 아닌 사람도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
 
직접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순간, 가해자들은 더욱더 아무렇지 않게 참사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기억에서 잊힌 순간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사회 속에서 잘못된 사회 시스템은 반복될 것이다. 이미 수많은 사회적 참사에서 봐왔듯이 말이다.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당시 참사의 진실을 알리며 관객에게 또 다른 목격자가 되자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다. 우리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 아닌, 그저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목격자가 되자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자 최소한의 응원이 될 것이다.
 
108분 상영, 4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공기살인' 메인 포스터.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 메인 포스터. TCO㈜더콘텐츠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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