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잇따른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후보자의 처가는 서울 중구 장교동 토지를 부동산 사업 시행사에 파는 과정에서 50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여기에 한 후보자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무역협회장과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돈만 43억원이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업무 수행상 이해충돌 소지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국민 정서와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처가 청계천 땅 '50억 시세 차익 의혹'…종로구 주택도 논란
현재 한 후보자 재산과 관련된 논란의 한 축은 '처가·부동산'이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한 후보자의 처가가 지난 2007년 서울 중구 장교동 22-22번지 일대 225.4㎡의 토지를 부동산 시행사 '강호AMC'(舊 파크AMC)'에 넘기는 과정에서 약 50억 원 상당의 차익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인근 토지들과 비교할 때 비싼 값에 한 후보자 처가의 땅을 매수했다는 점, 강호AMC의 회장을 지낸 동모씨가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은 인물이라는 점 등을 볼 때 일종의 '특혜'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무명' 시행사인 강호AMC가 자본이 필요한 장교동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맥락을 보면 한 후보자와의 연관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매출 1억7천만원에, 당기 순손실만 254억원을 기록했던 강호AMC는 2007년 9월, 싱가포르 국영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가 조성한 사모펀드가 선매매 계약을 체결해주며 사업의 활로를 열었다. 아센다스 측이 지불한 계약금 약 500억원(원금 약 5천억원)으로 유동성을 확보했고, 부실한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업계의 '불신'도 어느정도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센다스의 투자는 당시 한국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이때 우리 정부에서 최종 협정 작업을 매듭지은 실무자 중 한 명 또한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한 후보자였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후보자 배우자 가족 6인은 별세한 선친으로부터 70평이 채 안되는 토지를 상속받아 15년 이상 공동 소유하다가 매각했다"며 "상속시점부터 매각 시점까지 보유기간이 길어 양도 차익이 발생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일 뿐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나 투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매수자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토지를 사들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싱가포르 FTA에 관해서는 "한 후보자는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한-싱가포르 FTA 체결을 위해 애쓴 수많은 민관 전문가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국가 대 국가 간에 이뤄진 협약이 개인간의 소규모 토지 거래와 연결 짓는 것 자체가 근거 없는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자가 장인으로부터 1989년 4월 약 3억 8천만 원에 매입한 서울시 종로구 3층짜리 단독 주택도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한 후보자는 해당 주택을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간 당시 세계 통신업체였던에이티앤티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임대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자가 얻은 임대수익은 6억 2천여만원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자신의 주택을 미국계 기업에 임대했던 1989~1999년 사이 상공부 산업정책국장과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 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특허청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직을 지냈던 점을 들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 측은 "미국 모빌사가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은 한 총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석유개발공사는 통상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자원정책실 산하"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임차인 선정·계약 액수 등 계약의 전과정은 중개업소에 일임했고, 임차인과 부동산 계약 이외의 어떠한 사적인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액 연봉, 재산 '2배' 비결이었나
황진환 기자·연합뉴스잇따른 고액 연봉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후보자의 재산은 공직을 떠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는데, 한 후보자의 재산 형성에 '고액 연봉'이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지식과 능력에 따라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직을 통해 쌓은 인맥' 등을 활용해 고액을 보수를 받았다면 부적절하다.
국무총리비서실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신동근 의원을 비롯한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주미대사에서 물러난 직후인 2012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급여와 상여를 합쳐 총 19억 5320여만원을 수령했다. 퇴직금은 4억 327여만원을 받았다.
한 후보자가 3년간 무역협회에서 받은 돈은 모두 23억 5647여만원에 달한다. 한 후보자는 당시 차량(운전기사 포함)과 카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은 "관련 자료들이 폐기된 상황"이라며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총리후보 지명 직전까지 4년 4개월간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총 19억 7748여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수령액 기준으로는 12억 8천여만원에 달한다. 다만 김앤장에서는 별도의 법인카드, 활동비, 업무 추진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앤장 고문 이력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일반 기획재정부 직원의 전관예우 케이스에 비해 한 후보자의 연봉이 2배 이상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김앤장에 대한 경제부처 관료 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도 말 기준 이전 5년간 기획재정부에서 김앤장으로 이직한 관료들의 평균 연봉은 2억 6184여만원이었다.
반면, 한 후보자는 김앤장에서 지난 2018년 근로소득 원천징수 기준 5억 1788만원을 연봉으로 수령했다. 급여 2억 7720여만원, 상여금 2억 4068여만원 등이다. 김 의원 측은 "일반 급여만 따로 떼어 보면 기재부 일반 전관이랑 연봉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무슨 업무를 수행했기에 다른 전관의 연봉에 가까운 상여금을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후보자 측은 "법무법인 고문으로 있으면서 개별 기업의 특정 현안과 관련된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에게 전화나 방문해 부탁하거나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적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륜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에 경영 자문을 한 것"이라며 "다양한 경력 등을 감안할 때 경제부처의 일반 공무원 출신과의 연봉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