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된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 인수위사진기자단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내정되고, 지방선거도 다가오는 가운데 '지역화폐' 사업이 뭇매를 맞는 모양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지역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추 후보자는 지난 2020년 10월 '2021년 예산안'을 두고 "재정위기를 가속화 시킨다"며 5대 분야 '100대 문제사업'을 지목했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지원 사업을
"국책연구기관(조세재정연구원)마저 경제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현금살포성 재정 중독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국회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에서는
"국가가 전 국민에게 10% 할인권을 주는 돈 살포 의미밖에 없다"며 또다시 날을 세웠다. 지역화폐에는 10% 할인금액분과 인쇄·발급·배달비 등으로 정부 지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철회하고 지역화폐 증액을 주장한 걸 두고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둔 '매표행위'로 규정했다. 당시 추 후보자는
"지역화폐의 경우 선심성 접근이 아니라 실효성이 있는지 엄밀히 따져 증액 심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 김은혜·유승민 경기도지사 후보간 첫 TV토론회에서도 '지역화폐'가 도마에 올랐다. 유 예비후보가 먼저 김 예비후보를 향해 "이재명 지사가 만든 지역 화폐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예비후보는 지역화폐 폐지, 유 예비후보는 지역화폐 유지 입장을 내세웠다.
김 예비후보는 3년간 28개 시군의 경기지역화폐 대행 업무를 담당하며 만성 적자를 벗어난 코나아이의 특혜 논란을 지적했다. 또
"지역 내에서 소비되는 지역화폐보다 온누리상품권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 예비후보는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화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부실 운영사 때문에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가야 할 혜택이 대행사에게 간다면 이를 개혁하면 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유승민(왼쪽), 김은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윤창원 기자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지역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운영대행사 문제부터 지역별 활성화 격차, 재원 마련 부담, 범죄 악용 등을 놓고서다. 하지만 지역경제 및 소상공인 매출 활성화 등을 주장하며 지역화폐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역화폐 자체는 변화만 주면 끌고갈 만 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역상품권의 전자화 형태로 인프라 구축이 잘된 편의성과 정책 의의에 공감한 덕에 실제 이용자수가 많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판매액이 2019년 3.2조 원에서 2021년 23.6조 원으로 7배 넘게 급증했다며, 2022년엔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 최종안'에 따르면 지역화폐 30조 원 발행을 위해 국비 6053억·지방비 2조 4천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앞서 추 후보자가 언급한 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의 '지역화폐 무용론'은 지난 2020년 9월 발행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등장했다.
조세연은 "
지역화폐는 인접지역을 궁핍화하는 전략으로, 소비지출을 특정지역에 가두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매출에 기여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조세연이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인 2019년 이전 자료로 그 취지와 상식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1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지자체 관점에서 보면 지역 내에서 돈이 돌게 하는 게 중요한데 지역화폐는 지역과 업종별로 사용처를 특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쪽으로 돈을 보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역화폐에 관해 절대적으로 평가를 내리기보다, 정책 목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경호 후보자는 "재정건전성 확립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자 국가 경제 운영의 근간"이라며 "재정건전성 기조를 이제는 회복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생각하면 결국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하는 건데, 지역화폐처럼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재정 적자를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화폐에 대한 개선방향을 묻는 질문에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화폐를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노인 등 디지털화폐 사용에 취약한 계층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