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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기본권·가습기살균제·학폭…사회 조명 영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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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인권 다룬 '복지식당'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자들을 향한 경고 '공기살인'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의 뻔뻔한 민낯 그려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영화 '복지식당' '공기살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각 배급사 제공영화 '복지식당' '공기살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각 배급사 제공장애인 기본권, 가습기살균제 참사 그리고 학교 폭력까지 현재진행형인 사회적 문제와 우리 사회 어두운 현실을 조명한 영화가 잇달아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는 관객들을 웃고 울리기도 하지만 개인을 통해 우리 사회 문제를 짚어내기도 하고, 사회적 참사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현실을 스크린에 반영하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지난 14일 개봉한 '복지식당'을 시작으로 '공기살인'(22일 개봉) 그리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7일 개봉)까지 사회가 외면하거나 잊고 있던 문제를 스크린으로 끌고 와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제주에스엘㈜·㈜인디스토리 제공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제주에스엘㈜·㈜인디스토리 제공 

'복지식당',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를 조명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수도권 지하철 곳곳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투쟁을 진행하며 장애인 기본권을 둘러싼 모순과 문제점 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화 '복지식당'(감독 정재익·서태수)은 사회 곳곳 제도의 모순으로 인권과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장애인의 실태를 조명한다. 영화는 실제 4급 장애인인 정재익 감독의 자기 체험에 바탕을 둔 '현실'이다.
 
영화에는 현재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장애인 이동권부터 장애인 등급제, 장애인 일자리,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등 실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과 정책이 가진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영화가 비판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장애인 등급제다. 장애 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으로 장애인을 나눈 뒤 등급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인 장애등급제는 공급자 중심의 기준 확립으로 장애인 개개인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19년 7월을 기점으로 폐지된 후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1~3급)와 '심하지 않은 경우'(4~6급)로 이분화한 '장애정도' 구분으로 개편했지만, 예산 증축 없이 진행된 수혜자 확대는 오히려 기존 수급자의 활동지원 서비스 감소나 수급 자격이 박탈되는 등 장애인 복지 제도 전체의 허점을 강화했다.
 
공동 연출자인 서태수 감독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분명 존재하고, 사회는 그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장치를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 

'공기살인',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경고를 던지다


피해 신고자 7666명에 피해사망자 1742명, 가습기살균제는 소리 없는 대규모 살인의 원인이 됐다. 피해자가 존재하고, 가해자는 명백하다. 그러나 가해자인 기업은 17년 시간의 가해에 관해 2022년인 지금도 온전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화 '공기살인'(감독 조용선)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 실체와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은 '소원' '터널' '비스티보이즈'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의 소설로, 소 작가는 가습기살균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폐 질환 피해자 백만여 명이 속출한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다. 살균제를 사람이 직접 흡입하는 형태는 가습기살균제가 유일하며,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국내에서 출시돼 약 천만 통이 판매됐다.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던 만큼 피해자가 속출했다.
 
특히 최근 가습기살균제 참사 후 11년 만에서야 피해구제 조정안이 나왔지만, 기업들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을 규탄했다.
 
영화의 연출자 조용선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실제 사건과 다르게 했던 이유는 제도권에 있는 분들, 기업을 포함해 정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앞으로도 지켜볼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라며 "적어도 진정한 사과가 먼저인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영원히 가족을 잃었는데 어떤 액수가 위로가 되겠나. 끊임없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컷. ㈜마인드마크 제공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컷. ㈜마인드마크 제공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뻔뻔하고 이기적인 가해자 부모들의 민낯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학교폭력 문제 관련 뉴스 등에서 우리가 늘 만나는 건 피해자와 그들의 고통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들여다보는 영화가 나타났다.
 
직설적인 제목의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가 각본을 쓴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2008년 일본 초연에 이어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사건을 가해자에 집중해 조명, 소름 끼칠 만큼 뻔뻔하고 이기적인 가해자 부모들의 민낯을 스크린 위에 낱낱이 그려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 영화다.
 
김지훈 감독은 "현실 속 학교 폭력 가해자의 부모들은 사건을 회피하고 모면하고 싶어 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적하며 "그들의 뻔뻔하고 이기적인 민낯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목이 담고 있는 함의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 같다"며 "이 작품 속 이야기를 통해 느끼는 가해자를 향한 분노의 정점은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 응징하는 것보다 '그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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