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고창석, 김지훈 감독, 천우희, 설경구. ㈜마인드마크 제공201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학교 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린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또한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 등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믿고 보는 라인업으로 더욱더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7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 김지훈 감독은 영화가 가진 묵직한 메시지와 이에 대한 책임에 관해 이야기했다.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가 각본을 쓴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2008년 일본 초연에 이어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실과 깊이 맞닿아 있는 학교 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긴장감 넘치는 탄탄한 스토리로 담아낸 연극 공연에 참여한 배우들이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화의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연극을 보고 굉장히 신선했고, 많이 아팠고, 충격적이었다"며 "현실 속 학교 폭력 가해자의 부모들은 사건을 회피하고 모면하고 싶어 하는 게 현실이다. 그들의 뻔뻔하고 이기적인 민낯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고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7일 오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 김지훈 감독. ㈜마인드마크 제공영화는 그동안 피해자 중심으로 다뤘던 작품들과 달리 학교폭력 문제의 근원인 가해자의 소름 끼칠 만큼 뻔뻔한 얼굴과 태도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제목에서부터 강렬하고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가해자 부모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밝혀내려 힘쓰는 인물인 담임교사 송정욱 역을 맡은 천우희는 "나도 제목을 듣자마자 너무 직설적이라 생각했다"며 "'니 부모'라는 단어가 굉장히 직접적이어서 오히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한 문장으로 표현됐을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제목의 강렬함에 관해 "10년 전 우연히 희극을 봤는데 제목이 너무 놀라웠다. 직접적이기도 하다"며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도 많았는데, 제목이 분노와 작품의 함의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분노의 정점은 그 사람들을 응징하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고 '찾아가서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인 만큼 이 제목만큼 잘 표현하는 게 없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천우희를 비롯해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극의 몰입을 높인다.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는 학교폭력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강한결의 아버지 강호창 역을 맡았다. 강호창은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공모,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아들의 기숙사부터 노트북까지 뒤져가며 수단을 가리지 않는 뻔뻔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설경구는 "가해자의 입장보다는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나도 보면서 많이 분노하고 많이 안타까워했다"며 "가해자 부모들로 영화 시선이 만들어져서 추악한 민낯이 보이지만 모든 부모님이 다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분노와 안타까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많은 분이 보셨으면 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설경구는 천우희 캐스팅에 일등 공신이다. 처음 제안을 받고 출연을 고사하려 했던 천우희의 마음을 돌린 건 설경구다. 그는 "송정욱은 편지를 공개해 가해자 부모들이 모이는 실마리를 제공한 중요한 캐릭터"라며 "천우희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잘 몰랐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해 집요하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믿고 보는 배우 고창석이 맡은 정 선생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정이든이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자 결국 사건 은폐에 가담하는 인물이다.
고창석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면서도 "배우이기 이전에 나도 부모인데, 나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어졌다. 영화를 찍으며 그걸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정말로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혼란스럽지만 뜻깊은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다"며 "그동안 악역을 연기하며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는데, 이 작품은 이상하게 죄책감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마인드마크 제공이처럼 학교폭력이라는 끝나지 않는 문제를 사회적인 화두로 끌어낸 동명의 연극이 2022년 영화로 재탄생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가슴 아프지만 꼭 물어야 할 질문을 던지게 됐다.
천우희는 "불편해도 화두를 던져야만 하는 작품이고, 이야기되어야 하는 작품"이라며 "많은 분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창석 역시 "우리가 절대로 외면해선 안 되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자 부모의 이야기다. 영화를 외면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려움과 죄송한 마음이 많이 앞선다. 5년이란 시간 동안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지만, 개봉을 꼭 하고 싶었다"며 "앞으로 많은 말씀을 내가 온전히 받겠다는 마음이다. 두려운 마음으로 계속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했다.
한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측은 당초 오달수가 참석한다고 공지했으나 결국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오달수는 지난 2018년 성추행과 성폭행 의혹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