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대구=인수위사진기자단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한 12일 오후 1시.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약 천 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날 오후 2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오전부터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윤 후보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70%대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답게 지지자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방울땀을 흘려가며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오후 1시 56분. 윤 당선인이 탄 차량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차량에서 내린 윤 당선인은 따로 인사 없이 곧바로 사저로 향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유영하 변호사와 권영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윤 당선인과 함께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를 예방,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박종민 기자면담은 약 50분간 진행됐다.
윤 당선인은 면담 이후 취재진에 "대통령님의 건강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자세한 면담 내용과 분위기는 함께 배석한 유영하 변호사와 권영세 부위원장이 전했다.
권 부위원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당선인께서 과거에 특검과 피의자로서의 일종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씀하셨고 박 전 대통령의 좋은 정책, 업적들에 대해 당선인께서 계승해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정확한 윤 당선인의 말은 "대통령께 참 면목이 없다. 그리고 늘 죄송했다"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윤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도 전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건강 관리, 국정과 관련된 당부를 건넸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과 유 변호사는 면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관련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면담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윤 당선인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넬 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어르신들은 양산과 모자로 햇빛을 가리며 꿋꿋이 기다렸다.
경남 김해에서 왔다는 60대 남성은 "더 늦게 나온다고 해도 윤 당선인을 볼 수만 있다면 기다릴 수 있다"며 흐르는 땀을 옷 소매로 훔쳤다.
이 남성과 함께 방문한 60대 여성은 윤 당선인보다는 박 전 대통령을 보고 싶어 오게 됐다고 했다. 이 여성은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를 너무 존경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오래 전부터 좋아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살이와 여러 고초를 겪은 게 같은 여자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런 건 잘 모른다. 모쪼록 두 분 다 응원한다"고 답했다.
류연정 기자
오후 2시 52분. 사저에서 나온 윤 당선인은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기다리던 인파는 '윤석열'을 연호했다.
차량에 탑승해 약 50m를 이동한 윤 당선인은 시민들의 환호를 듣고 차에서 내렸다. 윤 당선인은 약 200m를 걸으며 양쪽에 서있는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윤 당선인은 일부 시민들의 손을 잡기도 했다.
약 3분간의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윤 당선인이 떠나자 인파에 치여 미처 가까이서 당선인을 보지 못한 시민들은 안타까워했다.
경남 창녕에서 왔다는 80대 여성은 "땡볕에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올 때처럼 마이크로 한 마디만 해주면 좋았겠다"며 "그래도 먼발치서나마 윤 당선인 얼굴을 봐서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저 앞에서는 윤 당선인을 기다리던 60대 추정 여성 한 명이 극심한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은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에는 동성로를 찾는 등 대구, 경북 방문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