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항공 사고 희생자 추도 묵념하는 中 구조대원들. 연합뉴스승객과 승무원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동방항공 여객기 MU5735편 추락사고가 또 한 고비를 넘겼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며칠 동안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생존자는 찾지 못했고 희생자 전원과 유가족들을 대조한 DNA 검사를 마쳤다. 현장에서 두개의 블랙박스도 회수해 본격적인 추락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고한 희생에는 커다란 슬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옷깃 한번 스친 인연도 없는 전 세계인들이 그들의 허망한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공산당 영도자들이 28일 회의 전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한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처리 과정은 다른 나라의 재난 사고 수습 때와 많이 달라 이방인에게는 다소 생소했다. 외국과 다른 중국식 사고 처리의 특성은 한마디로 유족들은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철저히 관 주도다.
연합뉴스중국 매체들이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무수한 기사들을 쏟아냈지만 여기에는 비통해 하는 유족들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유족들 지원을 위해 심리 상담사까지 동원했다고 선전했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슬픔에 빠진 유족들의 울음은 없었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전담 인력도 편성됐지만 가족들의 돌발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우리나라도 그랬다.
당국의 통제 하에 유족 인터뷰가 이뤄졌지만 당국은 중국 매체들에게 "슬픔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지 말라"는 보도지침도 내렸다고 한다. 사고현장에는 소수 매체의 접근만 허용됐고 이들에 의해 구조작업은 '애국'이라는 당의정이 입혀졌다.
중국은 항상 이런 식이다. 지난해 7월 20일 정저우 일대 집중호우로 320명 이상이 숨졌을 때도 영웅적인 구조작업 화면만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내보내졌다. 안타까운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추모 공간은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연합뉴스2년전 중국 우한은 공포와 절망, 비극의 도시였다. 갑자기 도시를 덮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들의 눈물과 오열, 환자들의 고통은 철저히 가려진 채 방역 전선에 뛰어든 의료 전사들의 헌신만이 보기 불편할 정도로 과하게 부풀려졌다. 코로나19에 경고음을 울린 의사 리원량은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열사로 추존됐지만 중국인들에게 그의 존재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다음달 5일은 청명절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청명절을 앞두고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들을 보내고도 슬픔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