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7형' 쏜 게 맞나?…5가지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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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1. 북한은 화성-17형이라 발표, 군은 화성-15형에 무게
2. 왜 '괴물 ICBM'인가? 대내외 과시와 MIRV 탑재
3. 근데 MIRV 정말 탑재했을까? 전문가들은 회의적
4.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고각발사로 검증 불가
5. 우리 군 무력시위 대응하지만, 효과는 글쎄


북한은 25일 전날에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관영매체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이날 쏜 미사일이 진짜 화성-17형이 아니라 15형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정밀 분석한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대응이라도 하듯 북한은 25일 오후에 발사 영상까지 공개했다. ICBM이라는 전략무기를 두고 이른바 '진실공방' 모양새가 된 셈인데, 이것 외에도 생기기 쉬운 궁금증들을 정리했다.

1. 北 화성-17형 주장하지만…군 판단은 화성-15형에 무게, 북한은 영상 공개

연합뉴스연합뉴스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5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평양 순안비행장(순안국제공항)에서 쏜 ICBM을 '화성-17형'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 보도와 달리 실제로는 24일에 화성-15형을 발사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말인즉슨, 25일 공개한 사진은 다른 날 미사일을 발사할 때 촬영했다는 뜻이다.
당국은 여러 출처에서 나온 첩보를 종합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는데, 대표적인 이유가 날씨다.

북한 관영매체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대체로 맑다. 그런데 24일 평양은 비가 온 뒤 날씨가 다소 흐렸다. 오히려 북한이 같은 곳에서 미사일을 쐈다가 고도 20km에 채 못 미치고 공중폭발했던 3월 16일이 맑은 날씨였다. 물론 날씨가 유일한 근거는 아니라고 한다.

군 당국은 사진이 공개된 뒤가 아니라 이미 미사일 발사 직후, 그러니까 24일 오후에 이 미사일이 지난 2월 27일, 3월 5일, 3월 16일(실패) 쏜 미사일과 다르거나 이미 공개된 기종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한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한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기만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이 사실이라면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과 그가 서명한 명령서가 있는 만큼, 최고지도자 친필까지 기만에 동원했다는 뜻이 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어려운데 북한에서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게다가 북한은 25일 오후 조선중앙TV 뉴스에 실제 발사 영상까지 공개했다. 물론 이 영상을 언제 촬영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정상적으로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영상을 보면 약 82~83초쯤 1단과 2단이 분리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고도는 약 45~50km 정도로, 지난 16일 쏜 미사일이 고도 20km 이하에서 공중폭발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미 그 고도를 넘었다"며 "화성-17형 발사 영상이 맞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작에 동참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조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3월 22일에 확인되는 비행장 주변 땅의 불탄 흔적과 대공포 진지의 공사 흔적이 영상에서 보이지 않는 점 △3월 16일 오후에 확인되는 도로의 화염 흔적이 이번에 공개한 발사 위치와 같다는 점 △그림자의 길이가 오후치고는 지나치게 길다는 점을 들어 조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 왜 '괴물 ICBM' 인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기만인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24일에 쏜 미사일이 ICBM이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화성-15형도 충분히 큰데 화성-17형은 더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른바 '괴물 ICBM'이라 불리는 이유다.

미군이 이미 미국 본토 전 지역을 타격 가능하다고 평가했으며 북한에서도 "국가적 핵무력 완성"이라고 자화자찬했던 화성-15형을 놔두고 왜 17형을 또 개발했을까. 힌트는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 있다.

당시 "1만 5천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되였다"고 언급됐는데, 화성-15형은 사거리 1만 3천km 정도이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선 과시와 대내 결속을 위한 커다란 신무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실제로 25일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전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온 세상에 힘있게 과시"와 같은 표현이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보도 자체가 (2017년 11월) 화성-15형 때보다 분량이 늘어났고 장문이다. 중대한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며 "능력 과시에 이번 실험의 초점이 있다"고 했다.

또다른 이유는 바로 다음에 다룰 다탄두 각개 재돌입 비행체(MIRV)에 있다. 이를 탑재하려면 일단 큰 미사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 정말 다탄두(MIRV) 탑재 가능?…추측 나오지만 부정적

다탄두 각개 재돌입 비행체(MIRV)란 발사된 뒤 대기권 밖에서 탄두부가 분리돼, 그 안에 탑재된 탄두 여러 개가 다시 대기권으로 돌입, 표적 여러 개를 한 번에 공격하는 비행체를 뜻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을 근거로 들어 MIRV 탑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아도, 대다수가 회의적이다. 일단 북한에 아직 그럴 기술력이 없으며 실제로는 별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장거리 미사일 정확도를 늘리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미사일 정확도를 의미하는 원형공산오차율(CEP)을 줄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성 등을 이용한 정밀유도 시스템까지 필요하기 때문인데 북한에 그런 시스템은 없다.

탄두가 여러 개라는 특성 때문에 MIRV 각개 탄두 파괴력은 단일 탄두보다 떨어진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파괴력을 늘리는 데 집중해서,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목표 근처에 대강이라도 떨어지면 피해를 입힐 수 있도록 하는 쪽이 효율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MIRV엔 자체 추력으로 탄두를 각기 다른 위치로 날려 보내는 후추진체(PBV)가 필요한데 이것 자체도 정밀기술을 필요로 하는데다 상당히 무겁다. 물론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직접적으로 MIRV를 언급했기 때문에 실제 탑재를 할지 말지 여부와 관계없이, 탑재를 전제로 하고 커다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장영근 교수는 "탄두 페어링(덮개) 부분에 PBV가 들어갈 공간은 충분하지만 실제로 개발해서 탑재했는지는 의문이다"며 "매우 정밀한 비행체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개발해서 탑재했다고 보기 어렵고, 특히 고각발사로는 PBV를 동작시켜 개별 탄두를 원하는 위치에 탄착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운용 성능을 갖춘 ICBM보다는 최소한도의 사거리와 탑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 신뢰성은 담보되지 않는다"며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보여주며 쇼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 대기권 재진입 기술? 원래 고각발사로는 검증 불가능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고각발사를 즐겨 한다. 관영매체에도 그렇게 밝힌다. 대외적인 명분은 "주변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라는 이유다.

세세히 뜯어보면 좀 다르다. 실전에서 고각발사는 단점이 상당히 많다. 발사 직후 레이더에 포착된 뒤 높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과정에서 비행 시간이 길어져 상대가 요격할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주게 되고, 무엇보다 재진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비행체가 대기권에 들어올 때는 공기와 마찰하면서 엄청난 열과 진동, 압력이 생긴다. 탄두가 이를 버텨낼 소재와 형상을 갖췄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고각발사 땐 정상각도 발사보다 열과 진동, 압력이 훨씬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만약 고각발사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증한다면 정상각도로 쏴도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각발사에서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한다면, 이유가 고각발사라서인지 미사일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바다에 떨어진 탄두를 따로 수거해서 분석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제대로 갖고 있는지 지금까지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정상각도로 쏠 경우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밑천이 드러나기 쉽다. 북한 입장에선 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이익을 얻는 전략적 효과를 바라는 만큼 일부러 고각발사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정상각도로 쏠 경우 탄두가 태평양에 떨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이를 시험발사가 아닌 선제공격으로 인식해 지금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 군 당국도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2016년 7월 북한이 무수단(화성-10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고각발사한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북한이 이 미사일로 서울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에서) 고각으로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번에도 고각발사를 했으니, 화성-15형이든 17형이든 재진입 기술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5. 우리 군 대응은? 무력시위 위주지만 효과는 글쎄

우리 군은 북한이 2017년과 올해 ICBM을 쐈을 때마다 무력시위로 맞대응했다.

2017년 화성-14형과 15형을 쐈을 때도 육군 미사일사령부의 현무 탄도미사일과 미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전술유도탄, 해군 이지스함에 탑재된 해성-2 함대지미사일, 공군 KF-16에 장착된 SPICE-2000 유도폭탄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펼쳤었다.

국방부 제공국방부 제공이번에도 24일 오후 4시 25분부터 현무와 에이태킴스, 해성-2, 공군 F-15K에 탑재하는 JDAM GPS 유도폭탄을 동원해 육해공에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25일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십대를 동원해, 실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무장을 장착하고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벌였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차후엔 전략폭격기와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전단 등 미군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다시 전개할 수도 있다. 아니면 한미연합훈련 가운데 기동훈련(FTX)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법도 있다.

전구(theater)급 지휘소훈련(FTX)인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이 오는 4월에 실시될 전망인데, 전구급 기동훈련은 2019년부터 하지 않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준비해서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실무부대 규모에서 실기동 연합훈련은 여전히 하고 있다.

기동훈련이 아예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오해를 받곤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훈련 현장을 일부러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방법을 언제든지 쓸 수 있다. 하반기 연합훈련 때는 전구급 기동훈련을 재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든 북한이 먼저 '사고를 친 뒤'에 '맞대응'하는 성격인 만큼, '자위적 국방력'을 갖추기 위한 무기를 계속 개발하겠다는 북한을 처음부터 억제할 수 있는 선제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 한계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일시적인 강력 규탄, 대응사격, 추가 제재 같은 방식들은 과거 수많은 사례들이 입증하고 있듯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임시 봉합조치일 뿐, 오히려 내성만 키운다"며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도출해서 폭넓은 합의를 만들어내고, 이를 신속하게 집행하지 못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은 핵미사일 괴물 국가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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