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7형 신형 ICBM. 연합뉴스한미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달과 이번달 했다고 주장하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당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활용되는 동체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제원처럼 발사해 성능을 시험했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11일 오전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한미 양국이 "2월 27일과 3월 5일 2차례 시험발사가 ICBM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동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통상적으로 미사일을 쏘고 나면 사진 등을 공개하는데, 이번엔 정찰위성 시험이라고만 밝혔다"며
"3~4일 동안 정보당국에서 다양한 출처 정보를 따져보니 이는 신형 ICBM 체계와 관련이 있고, 이를 시험발사했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함께 배석한 군 관계자도 "시험발사 당시 포착된 제원은 MRBM의 특성을 가졌는데, 첩보를 추가적으로 분석해보니 신형 ICBM 동체를 가지고 제원을 조정해서 발사해 MRBM급 궤적을 보였다고 재평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번달 5일 평양 순안비행장(순안국제공항)에서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통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두 차례 발사했다. 하지만 발사 다음날에는 이에 대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언급했던 정찰위성 관련 시험이라고만 밝혔다.
당시 합참이 탐지한 제원은 2월 27일에 고도 560km, 비행거리 270km였으며 3월 5일엔 고도 620km, 비행거리는 300km를 기록했다. 군사적으로 보면, 실전에서는 하지 않을 비정상적인 고각발사이며 MRBM의 궤적과 가장 가깝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지난 1월 북한이 이른바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뒤, 다음으로 취할 수 있는 무력시위 방법으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발사장(북한 명칭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ICBM을 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
아직까진 ICBM급 성능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를 앞두고서, 중간 단계에서 관련 성능을 시험하는 의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위성발사장을 찾아 발사 시설을 확장하고 개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 전날엔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해 5년 내로 다량의 정찰위성을 배치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의 마지막 ICBM 시험발사는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다. 당시 고도는 4500km, 비행거리 960km로 탐지된 바 있다.
다만 이것을 당장 ICBM 시험발사로 보기에는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둘은 원래 공유하는 기술이 많지만 100% 동일하진 않으며 다른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백두산 엔진 2세트를 클러스터링(2개 이상을 묶어 추력을 올리는 것)한 1단 엔진 기반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군사용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는 의도가 맞다. 클러스터링 엔진은 대형 ICBM의 1단 엔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이를 기반으로 1단, 단일 엔진으로 2단, 3단에는 소형 엔진으로 우주발사체를 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를 한다고 해서 ICBM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탄두만 바꿔 끼운다고 우주발사체가 ICBM이 되지는 않는다"며 "1단에는 동일한 엔진을 쓸 수 있지만, 2단부터는 우주발사체는 위성을 궤도에 보낼 수 있게 하며 ICBM은 원하는 사거리에 탄착 할 수 있도록 추력을 등을 선정한다. ICBM엔 3단이 없는 경우가 통상적이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위성 발사와 ICBM은 유사성이 있고, 북한에선 위성을 군수공업 분야에서 개발하기 때문에 둘이 연관되는 일은 당연하다"면서도 "북한도 나름대로 군사정찰위성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에 모든 것을 ICBM 개발과 연관시켜 해석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