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10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 직후 양당 합당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을 엿새 앞두고 지난 3일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당시 윤 당선인이 약속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영세‧국민의당 최연숙 사무총장은 이날 새벽 윤 당선인의 승리가 유력해졌다는 언론 보도 직후 양자 회동을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
윤 당선인이 승리 인사를 하기 위해 국회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쯤 양당 사무총장이 별도 회동을 했다"며 "대선에서 이기면 신속하게 합당을 논의하겠다고 했던 윤 당선인의 약속이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는 이번 대선에서 48.56%를 득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를 약 24만 표 차이로 이겼다. 대선 승리 윤곽이 나온 후 윤 당선인은 이날 새벽 4시쯤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이 마련된 국회 도서관을 방문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이 결과는 저와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함께한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등 이런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빠른 시일 내 합당 마무리를 짓고 외연을 더 넓히고 더 넓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국민들의 고견을 경청하는 성숙한 정당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제 역할과 직책을 정직하게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자리에 붉은 색 넥타이를 메고 참석한 안 대표는 윤 후보와 악수를 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안 대표는 별도 입장문에서 "윤 후보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었고 마침내 윤 후보와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야당에게 정권교체를 허락해주셨지만 동시에 엄한 질책과 엄중한 문제의식을 함께 던져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윤 당선인과 힘을 모아 공정과 상식의 대한민국, 그리고 미래와 국민통합으로 가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이룬 것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0.7%포인트 차이로 윤 당선인이 신승을 거둔 점을 지적하며 성찰을 촉구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준석 대표의 거취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신설 합당을 추진할 경우, 양측은
합당 수임 기구를 구성해 지도부 재구성 등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압도적인 득표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윤 당선인이 신승을 거두게 된 데 대한 이 대표 책임론이 분출된다. 앞서 이 대표는
"호남에서 30% 이상 득표가 가능하다"고 공언했지만, 최종 호남 득표율은 10% 초반에 불과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전략 또한 이대녀(20대 여성)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이 후보 쪽으로 역결집 현상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 선대본부 소속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이 대표가 말한 호남 30% 득표도, 이대남을 활용한 득표 전략도 모두 실패한 것 아니냐"며 "다행히 이기긴 이겼지만 자칫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 대표가 현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라도 더 이상 합당 과정에서 장애물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