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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년간 피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려 일주일 재택 격리
가족들 모두 각 방 생활…하루 시작은 소독부터
동선 관리와 격리, 몸 상태 확인은 모두 개인 책임…'방치' 수준
주거 빈곤층, 일용직, 영유아, 중증 장애인 등 일부 계층 철저한 격리 어려워
장기 지속 팬데믹 대비 공공 대응 능력 키워야…'증세'논의도 감수해야

신속항원검사를 마친 한 시민이 의료진에게 키트를 제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신속항원검사를 마친 한 시민이 의료진에게 키트를 제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올 것이 왔다.

지난 2년 동안 용케도 피해 다녔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결국 우리 집에도 찾아왔다. 백신까지 맞았던 고등학생 작은 아들이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시작은 2주 전 목요일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학교에서 오면서부터였다. 다음 날 약국에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사서 자가 검사를 했다. 음성이었다. 음성이 나온 만큼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일상생활을 계속했다.
 
그런데 토요일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목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코로나 병원으로 지정된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일요일이라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보건소가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강서구청 제공강서구청 제공우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부터 받았다. 결과는 양성. 곧바로 확진 목적의 PCR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 우리는 휴일 부모님 댁 방문을 취소하고 본격적인 격리에 들어갔다. 아들이 확진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는 집에 있던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한 결과 음성이 나왔다.

우선 가족들의 거처와 동선부터 분리했다. 아들은 아들 방을, 아내와 나는 각 방을 쓰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아내가 혹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화장실도 각각 다른 화장실을 쓰도록 했다. 아들에게는 절대로 방을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엄마에게 전화해 갖다 달라고 하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격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아들은 늦은 밤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 자기 방을 나와 주방을 어슬렁거렸고, 나는 그 때마다 소리를 쳐서 방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손 세정제와 알코올 스프레이, 실내 소독용 분무기 등 소독용품과 비접촉식 체온계,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도 샀다. 또 회사에도 긴급 연락해 당분간 재택근무를 허락받았다.
 
월요일 밤이 되자 아들의 PCR 검사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양성이었다. 학교에서 감염됐는지, 학원이나 다른 곳에서 옮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내와 나도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아들만 확진이라고 병원에서 통보가 왔을 뿐 아내와 나에 대해서는 '확진자의 동거인이니 PCR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의 통보는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외부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아 보건소와의 연락에 시간이 걸린 듯 보였다.

그래도 PCR 검사가 급하니 통보 없이라도 보건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다른 구청 보건소에서는 확진자 통보와 가족 관계 증명서가 있으면 '동거인 통보'가 없어도 PCR 검사를 해줬다는 아내의 말에 무조건 나서기로 했다.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다음날 아침 보건소가 문을 열자마자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러나 보건소 안내 요원은 '동거인 통보'가 없으면 동거인에 대한 PCR 검사를 해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10여 개나 되는 담당 전화번호만 알려준다. 전화해서 '동거인 통보'를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하라는 것.
 
다시 집에 돌아온 우리는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전화했다. 하지만 모두 통화 중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만 흘러나왔다. 2시간 가까이 시도하다가 포기할 때쯤 드디어 통화가 됐다.

"(우리 구에) 확진자가 1천 명이 넘어 통보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까지 동거인 통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대답하는 보건소 직원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함께 분주함이 묻어났다.
 
오후가 되자 '동거인 통보'가 문자로 왔다. 다시 보건소로 갔는데, 아침과 다르게 인산인해다. 우리 앞에만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350명이란다. 우리 뒤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간격 유지'는 포기한 듯 싶었다.
 
결국 보건소 대신 민간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대기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모두 받았는데, 신속항원검사에서는 둘 다 음성이 나왔다.
 
다음날인 수요일 낮 PCR 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더욱 철저하게 아들과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집 전체 소독부터 실시했다. 알코올 스프레이로 각 방의 손잡이와 수도꼭지, 전등 스위치, 냉장고 문짝, 정수기, 식탁과 조리대 등을 소독했고 분무기로 집 전체와 화장실을 소독했다.

아들은 수건과 수저, 밥그릇을 따로 사용했고, 쓰고 난 식기와 수건도 따로 설거지하고 세탁했다. 식사는 별도로 차려 아들 방에 넣어주면 혼자서 먹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마스크를 꼭 쓰고 나오도록 했다. 아들 방 쓰레기는 따로 모아 소독한 뒤 버렸다.

체온과 혈중 산소 포화도도 매일 체크를 했다. 아들은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어선지 기침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증세는 없었다.
 
격리 기간은 확진자의 경우 검사를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이 되는 날의 자정까지고 동거인의 경우 접종 완료자는 격리 면제, 접종 미완료자는 확진자와 똑같이 격리해야 했다. 아내와 나는 접종 완료자여서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모두 재택근무를 하며 외출과 접촉을 자제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코로나19 재택치료센터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한형 기자서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코로나19 재택치료센터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한형 기자격리 해제 전날인 금요일 나와 아내는 2차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보건소 대신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아침에 찾아간 이비인후과도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2시간을 기다려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았다. 찬 바람 맞지 않고 실내에서 기다릴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날인 토요일 PCR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와 드디어 이날 밤 12시 격리에서 풀려났다. 확진자인 아들은 별도의 PCR 검사 없이 자동으로 격리에서 해제됐다. 격리에서 해제됐지만 사나흘간 조심하라고 해서 휴일 부모님 댁 방문은 다시 미루고 외출도 자제했다.
 
확진자 20만 명을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 격리를 실제 해보니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재택치료라 하더라도 이전에는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선을 추적하고 상태를 관찰했다면 이번에는 (일반 관리 대상인 경우) 동선 추적도, 상태 관찰도 모두 확진자 본인의 책임이었다. 격리 중 주의 사항은 스마트폰 문자로 날아왔고 동선은 확진자가 앱으로 자체 신고하는 방식이었다.

동선을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고 격리 안내 문자는 구체적이지 않아 철저한 격리를 하기에는 부족한 내용이었다. 동거인의 PCR 검사도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다. PCR 검사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으니 추운 날씨와 장시간 대기를 탓하며 PCR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는 동거인은 격리도 사실상 하지 않는 쪽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이 모두 '숨은 감염자'와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또한 철저하게 격리하고 싶지만 애초부터 불가능한 계층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화장실은 물론 방도 같이 써야 하는 주거 빈곤층이나 디지털 정보를 얻기 어려운 노령층·조손 가정은 물론 하루하루 노동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생계를 위협받는 '일용직 근로계층' 등이다.
 
자기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영유아나 중증 장애인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들의 상태를 보호자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는데, 사실 의료 비전문가인 보호자가 다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격리돼 있는 기간 동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생후 6개월 아기가 병원 이송 도중 숨졌고 중증 장애인이 사망 뒤 코로나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조가 '감염 차단'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로 바뀐 것은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공공 영역의 인적·물적 기반이 급속히 고갈됐기 때문이다.

공공 의료 체계는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면서부터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보건소의 일반 업무는 모두 중단됐고 일손이 달리자 중앙부처 공무원까지 투입됐다. 역학 조사도 사실상 중단됐고 치료 병상은 일찌감치부터 민간 병원에 손을 벌려야 했다. 확보된 민간 병상도 의료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실제로 가동 가능한 병상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확진자가 폭증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방역 조치를 풀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을 감안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충분히 보상했더라면 그 고통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는 그동안 '폭넓고 두텁게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반복해서 밝혔지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재정 건전성과 국가 부채 급증'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영업자 개인이 짊어져야 했다. '돈벌이'는 선진국이었지만 '씀씀이'는 선진국과 거리가 멀었다.
 
오미크론 변이를 끝으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또 다른 팬데믹이 분명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번 팬데믹은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이고 장기적일 수 있다.

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적·물적 대응 기반을 미리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손실보상과 취약계층 지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지원, 공공 의료 확충과 감염병 진단 및 백신, 치료제 개발 등이다. 결국 증세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을 '돌려 막는' 것으로는 장기간 지속되는 팬데믹에 대응할 수 없음을 정치권과 정부, 국민 모두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우리 집에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행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이제 학교도 가고 출근도 하며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군대 간 큰 아들 부대에서 전화가 왔다. 같이 훈련받던 병사 한 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아 큰 아들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격리를 해야 한단다.

입대 후 일주일 동안 이미 두 번이나 PCR 검사를 받고 통과된 터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끝까지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 끈질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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