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창원 기자"후보님들께 이 말씀은 꼭 드려야 될 것 같아요. 다들 정책공약집 내셨잖아요. 그런데 공약별 예산이나 재정계획 낸 분은 한 분도 없어요. 저 빼고. 해도 해도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초반부터 거세게 따져 물었습니다.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일 마지막 TV토론이었죠. 사회 분야, 그중에서도 '복지정책과 재원조달 방안'이라는 주제 속에서 꺼낸 질문입니다.
다른 후보들은 심 후보 발언 중 차례로 짧게 답했습니다. "저기, 전 냈습니다(국민의당 안철수)", "우리도 냈습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표로 다 냈습니다(국민의힘 윤석열)." 목소리가 크진 않았으나 담당 수어통역사들도 모두 반응했으니 부인하시긴 어려울 겁니다.(KBS 유튜브
https://youtu.be/ONR1ectaniI , 24분 55초~25분 12초)
이재명·안철수·윤석열 "재정계획 냈다" [거짓]
바로 확인해봤습니다. 심상정 후보가 말한 세 후보의 20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부록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이재명 후보 389쪽, 윤석열 후보 340쪽, 안철수 후보 195쪽 그 어디에도, 공약별 예산은 없었습니다. 총예산도, 조달 방안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심상정 후보 공약집 끝부분에 '공약이행 소요재원' 141조원이 '재원조달 방안'과 함께 지출항목별, 세목별로 정리돼 있는 것과 대비가 됐습니다.
그러므로 TV토론에서 심 후보 외 나머지 세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다 냈다"고 밝힌 건 '거짓'으로 판정하겠습니다.
물론 이들이 공약에 들 예산을 공약집이 아니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적은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재원 확보 방안이 뚜렷하지 않고 소요될 재정 수준도 두루뭉술했습니다.
심 후보는 "예전(과거 대선) 후보들은 부실하지만 정책공약집에 재정계획을 다 냈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내셔야 한다.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정의당 공약집 캡처윤석열 "이재명, 손실보상 얘기 안 해" [거짓]
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미소를 짓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창원 기자시간총량제 토론에서는 코로나19 재정지원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관한 국민의힘 입장이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하자 윤석열 후보는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이 후보나 민주당에서는 작년에 내내 실질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 이야기는 안 하셨고, 계속 '전국민 재난지원금 30만원 준다, 50만원 준다'는 말씀만 하시다가…"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손실보상' 얘기를 안 했다는 윤석열 후보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가 손실보상 강화를 역설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8월 25일 페이스북엔 "손실보상금을 9월 추석 전 지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썼고 12월 20일 공약 발표 땐 "반쪽이 아닌 온전한 손실보상이 돼야 한다"며 지급 대상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1일 1차 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께서 그동안 손실보상 얘기는 한 적 없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얘기만 내내 하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발언 모두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이재명 "증세, 자폭행위라고 안 했다" [거짓]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연합뉴스복지정책을 논하다 증세 얘기에 이르렀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확장재정을 강조하다 별안간 "이재명 후보가 증세를 얘기하는 저더러 '좌파적 관념'이라고 하고, '증세는 자폭행위'라고 말씀하실 때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심 후보가 "윤석열 후보한테 들을 법한 얘기"라고 비꼬았지만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는데 지어내신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심 후보가 없는 얘기를 지어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후보가 알고도 시치미를 뗀 게 아니라면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을 잊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좌파적 관념' 발언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 중에 나왔습니다. "저는 심 후보께서 증세가 정의라는 일종의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그렇다"라고 분명히 말했었네요.
또 하나는 그 유명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에서였습니다. 지난해 12월 25일 공개된 영상에서 이 후보는 "증세는 사실 정권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자폭행위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삼프로TV
https://youtu.be/y6DlTb3t8Bo , 1시간 3분 6초~1시간 3분 28초)
따라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물론 발언의 의도가 증세 회의론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보는 이어 "서구 선진국들은 증세에 대한 저항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세금을 올리는 게 나에게 이익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서 그렇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상정 "윤석열 산재예방 공약 없다" [거짓]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연합뉴스'인구절벽 대응방안'이라는 거창한 두 번째 주제에서는 산업안전 얘기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심상정 후보가 "윤 후보님께서 예방 강화를 많이 강조하시는데, 제가 공약집 보니까 건설 분야만 한쪽이 있고 예방 강화에 대해선 한 줄도 없다"라고 물으면서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윤 후보 공약집 중 '국민 안전' 대목의 첫 장에는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문구가 제목으로 잡혀 있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 건설 현장 등 취약 사업장에 대해 예방 기술이나 예산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여기에 담겼습니다. '거짓' 판정합니다.
국민의힘 공약집 캡처안철수 "탄소 배출원 31%가 제조업" [사실]
방송토론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연합뉴스마지막으로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 에너지믹스 정책이 전기 생산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조업에서 많은 탄소가 나온다. 세계 평균 31%다. 그리고 전기 만들 때 27%가 나온다"
어느 통계를 근거로 했을까요. 국민의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수치를 언급한 걸 보면 공신력 있는 자료가 근거였을 것 같다"면서도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밝힌 수치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벤처'의 연구에 담겼던 자료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조사에서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제조업이 31%, 전력생산이 27%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안 후보 주장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에너지 정책을 논할 때는 세계적 기준 대신 국내 기준에 맞춰서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