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文대통령은 과연 '탈원전'을 번복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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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4년까지 탈원전' 정책 재확인한 수준
"원전, 주력 전원" 갑작스런 표현 배경 주목
대선·우크라 사태 등…정치적 발언 의심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지난 25일 청와대 회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한 마디에 에너지업계는 물론이고 대선을 앞두고 환경과 안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도 동요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줄곧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주력 전원'이라는 말은 늘 신·재생에너지 앞에 붙여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발언, 탈원전 정책 뒤집겠다는 걸까? 

문 대통령의 발언을 '향후 60여년 동안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큰 틀에서만 놓고 보면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란, 내일 바로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고 노후 원전은 폐쇄하면서 원자력의 발전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기한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완공될 예정인 신고리 5·6호기의 수명이 끝나는 2084년까지다.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2060 원전제로'를 추진하며 원전을 완전히 퇴출하는 시기를 2060년으로 잡았지만, 당선 후 신규 원전 관련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2084년으로 퇴출 시점을 늦췄다.
   
국내 발전원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29% 수준이다. 2030년에는 이 비중을 23.9%로 줄이고 2050년에는 6~7%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현 정부 목표다. 2030년 이후부터는 매우 가파르게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여야 하긴 하지만 2084년까지 계속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팩트인 셈이다.
   

탈원전 추진하면서…'주력 기저전원' 표현 타당한가?

    문제는 '주력 기저전원'이라는 표현이다. 특히 '주력'이라는 강조 때문에 그저 '기저전원 중의 하나' 정도가 아니라 '국내 발전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원'으로 들려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
   
현재까지 한국의 주력 기저전원은 석탄이다. 2020년 기준 전력원별 발전비중은 석탄 35.6%, 원자력 29%, LNG 26.4%, 신재생 8.6% 순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은 2018년엔 발전량의 41.9%가 석탄발전이었는데, 탄소중립 정책으로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최근까지 그 자리를 원자력이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당장 2030년엔 신재생에너지가 1순위 전력원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계획한 에너지믹스 비중은 신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 석탄 21.8%, LNG 19.5% 순이다. 2050년엔 석탄과 LNG를 퇴출시키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0~70%로, 원자력은 6~7%로 대폭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할 당시 "모든 경제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에너지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이 출발점"이라며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너지 주공급원' '주력 전원' 등의 표현은 여태껏 신·재생에너지를 수식할 때 써온 셈이다.
   
원전은 정비 중일 때를 제외하고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기저전원'이긴 하지만 2050년 정부 에너지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신재생(60~70%)>무탄소가스(14~20%)>연료전지(1~10%) 다음이다. 
   

"말꼬리 잡기" VS "대선 의식한 발언"

물론 문 대통령은 25일 회의에서 단순히 '주력 기저전원' 한 마디만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탈원전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강조한 사항들을 전반적으로 언급했다. 원전은 에너지원으로서 지닌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며 사고가 나면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전환은 6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원전을 감축하는 정책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엔 변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을 단순한 말꼬리 잡기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을 열흘가량 남긴 시점이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마침 전날 한국전력은 5조 8천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적자를 발표해 에너지정책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 불안감을 자아내기도 했다.(단, 아직까지 원전 발전량은 증가추세이기 때문에 한전의 적자는 '탈원전'보다는 연료비 상승과 '탈탄소' 정책에 따른 LNG·신재생발전량 증가의 영향이 크다. 관련기사: 탈원전 때문에 4월 전기요금 인상된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탈원전 등으로 국정을 정치이념으로 좌지우지한 정권을 심판하려는 민심을 교란하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했다.
   
탈핵 운동을 펼쳐온 시민운동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요 대선 주자들이 탈원전 정책 심판에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던 대통령마저 표심에 편승한 모습으로 보여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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