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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이재명이 윤석열에 "보셨나" 물었던 그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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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영화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
브라질 통해 보는 지금 현재 '위기의 민주주의'
제20대 대선 후보 토론회서 언급돼 다시금 화제
韓과 비슷한 역사…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우리의 위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님 잘 아시겠지만, 민주주의의 위기는 경제의 위기를 불러옵니다. 그게 브라질이 대표적인 케이스죠. 혹시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영화 보셨습니까?"
 
국민의당 윤석열 후보 "봤습니다."
 
_제20대 대통령선거 제1차 후보자토론회 중
 
민주주의를 획득하고 쌓아 올리는 과정은 지난하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과 근간을 이루는 국민 사이에 생긴 틈을 타고 소수의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파고드는 순간, 민주주의는 전체주의로 돌아간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 2019)는 위기에 내몰린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응시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현재의 위험을 경고한다.
 
'엘레나(Elena)'를 연출했던 페트라 코스타 감독은 단순히 브라질 최초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의 탄핵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투옥 등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성장과 퇴장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독은 정치적 사건들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브라질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시기를 돌아본다. 감독 자신의 가족이 얽힌 정치와 업계의 과거사를 가감 없이 조명하면서 대립과 갈등만 남은 양극화된 사회를 짚어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사실 '위기의 민주주의'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건 브라질의 경제 위기 내지 민주주의 위기로 경제가 몰락했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 위기 사이 선후관계나 인과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화 또한 아니다. 물론 경제 호황을 이뤄낸 룰라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진짜 브라질의 위기는 경제만이 아니었다.

그렇다. 초점은 '경제'가 아니다. '위기의 민주주의'를 본 두 후보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누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몰락의 가장자리로 내몰았는가 하는 점이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제목 그대로 다수가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가 소수의 기득권에 의해 얼마나 허무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경제 위기'라는 표어가 어떻게 국민과 다수를 기만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며 이를 경고한다.

빈번한 쿠데타와 군사독재로 인해 불평등과 인권 탄압이 이어졌던 브라질은 1979년 이후 단계적인 민주화 정책을 실시해 1989년에서야 처음으로 직접선거를 시행했다. 그러나 오랜 독재와 백인 주류 계층이 자리한 언론-정치-경제를 망라한 기득권들의 부정부패, 지배의 역사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 과정은 우리와 문화적·역사적 배경도 모두 다른 브라질의 경우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기시감을 느끼게 만든다. 오래된 독재와 저항의 역사, 그리고 어렵게 획득한 민주주의와 이를 전복시키려는 기득권의 시도들은 현재 우리에게도 유효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기에 '위기의 민주주의'는 더욱더 공포스럽게 '우리의 위기'로 다가온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투옥시킨 과정의 시작은 '경제'다. 경제 위기에 국민도, 나라도 불안하게 흔들리자 그 틈을 파고든 것은 기득권들의 야욕과 오래된 부패다. 빈약한 기반을 지닌 민주주의 대신 브라질의 근간을 구성하고 있던 부정부패는 빈틈을 노려왔다. 그 기반에서 완벽할 수만은 없었던 지우마 정권에서 결국 탄핵 절차를 가장한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물론 영화가 모든 탄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우마 대통령 탄핵이 가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의 부재에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를 입법부, 사법부, 경제 권력, 언론 등 기득권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마음대로 뒤바꾸고 법을 이용한다는 데 있다.
 
입법부는 이미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동의했고, 사법부는 역대 최대 부패 수사로 불리는 이른바 '세차작전(Operation Car Wash)'을 통해 빈약한 물증만으로 지우마와 룰라를 옭아맨다. 언론은 사법부의 이야기를 검증 없이 전달하고, 탄핵과 투옥 과정은 마치 게임 내지 쇼처럼 브라질 국민을 좌우로 갈라치기 한다. 과거에는 총과 칼로 정권을 이어갔다면, 현재에는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교묘하게 국민의 눈을 가리고 속이는 것이다.

한쪽에선 경제 위기를 불러온 부패한 정치인을 내몰아야 한다고, 다른 쪽에선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탄핵'이란 이름으로 기본권인 선거권을 박탈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한다. 한쪽에선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며 지켜내려 하지만, 다른 쪽에선 군부독재 시절로의 회귀를 외친다. '민중에 의한 지배'는 이미 그 의미를 잃고 '기득권에 의한 지배'만이 남았음을 증명한다.
 
사실 모든 과정이 소수의 가진 자가 지닌 이권 지키기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다수는 그들의 기득권이 곧 자신의 기득권으로 이어질 거라고 착각한다. 민주주의 전복 위기를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은 채 민주주의가 곧 경제 위기라 착각한다. 이것 역시 기득권의 기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랜 시간 부패와 차별, 독재를 경험했던 브라질이 관성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은 참담할 뿐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위기의 민주주의가 제일 먼저 덮치는 곳은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근간이 돼야 할 국민이다. 기득권에게 근간을 내어준 나라와 그 나라의 국민에게 남는 것은 차별과 무기력함뿐이다. 폭정의 시대를 망각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과 혐오의 시대다. 이는 전 세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현재의 잔인한 광경이다.
 
민주주의의 가장자리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위기의 민주주의'는 경고한다. 하루빨리 무지와 착각, 망각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직시하라고, 브라질 민주주의의 위기가 단순히 지구 반대편의 위기만이 아니라고 말이다.
 
대선 후보들 역시 '위기의 민주주의'를 봤다면, 좌우를 떠나 정치 기득권으로서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에 위협이 아닌 존속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불러일으킬 결과는 무엇이며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다시금 상기해야만 할 것이다.
 
121분 상영, 넷플릭스 공개, 15세 관람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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