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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아직 '진행형'인데…"원전은 녹색" EU의 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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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문명의 종말 - 1.5도 기후재앙 임박, 우리는 준비돼 있나

'기후위기'라는 표현으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기후재앙이 눈앞에 다다랐다. 탄소화합물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을 잡지 못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라는 지구온난화의 마지노선이 무너진다. 탄소를 소비하며 세워 올린 인류 문명도 함께 무너진다. 2022년 우리는 어디쯤에서 어떤 대책을 실천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탄소문명의 종말⑦]
EU, 원전도 녹색으로 분류…다만 각종 제한조건 부과
"우리가 EU와 같은 조건이면 국내에서 원전 가능할까"

▶ 글 싣는 순서
①수출 길마저 위태…코앞에 닥친 탄소국경세 장벽
②코로나19는 시작…빙하 속 전염병 눈뜨나
③땅속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동토연구자의 증언
④온실가스 '응답하라 2000'…밀린 숙제 몰려온다
⑤李 '탄소세' vs 尹 '원전'…향후 5년 기후정책 향방은?
⑥석탄발전 퇴출 다음은? 원전 없는 탄소중립 가능할까
⑦후쿠시마 아직 '진행형'인데…"원전은 녹색" EU의 진의는
(계속)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NOCUTBIZ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초 EU 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키는 법안 최종안을 내놨다. 원전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원전에 '완전한 녹색'이 칠해졌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EU 택소노미는 말 그대로 어떤 것이 친환경 녹색산업인지를 나열한 분류표인 셈이다. 택소노미 안에 포함돼 있으면 친환경 산업이거나,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제한적 필요 산업에 해당한다.
   
녹색분류 산업에는 재정적 또는 금융상의 혜택이 부여된다. EU는 택소노미가 △의무적 투자 대상의 목록도 아니고,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필수 사업 목록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택소노미 배제 산업은 저금리 혜택을 포기하고 '힘들게라도' 사업을 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정부의 K-택소노미도 취하고 있는 기조다.
   
EU는 제조업, 교통, 건축 등 여러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2020~2021년 분류화를 마쳤으나, 회원국간 이견으로 논란이 컸던 원자력발전은 최근에야 입법안이 확정됐다. 27개 회원국 중 20개국 이상, 혹은 유럽의회 과반(353명 이상)의 반대만 없으면 내년 1월 발효된다.
   
EU는 2045년 이후 신규건설 중단, 기존 원전은 2040년까지 신개념 핵연료 사용 등 엄격한 규제를 전제로 원자력발전을 녹색으로 분류했다. EU 집행위 팩트시트 발췌EU는 2045년 이후 신규건설 중단, 기존 원전은 2040년까지 신개념 핵연료 사용 등 엄격한 규제를 전제로 원자력발전을 녹색으로 분류했다. EU 집행위 팩트시트 발췌이는 2050년이라는 목표 시한 안에 화력발전을 제로(0)로 만들고,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100% 충당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결과로 이해됐다. 태양광·풍력·수력발전은 기상이나 시간에 따라 생산량 변동폭이 커 안정성이 취약하다. 이를 원전이 보완한다.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것 자체는 국내 원전 옹호론자들에게 희소식이 됐다. 지난해말 우리 정부의 K-택소노미에서는 원전이 배제된 점과 크게 대조되면서 정부 판단에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EU 택소노미는 원전에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신규 원전의 경우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을 것, 2050년까지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자금과 부지를 확보할 것 등이 충족돼야 한다. 기존 원전의 경우는 2040년까지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단계에 들어야 한다. ATF는 훨씬 안전하다고 평가받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다.
   
원전의 가동연한을 40년으로 잡는다면 EU는 2085년까지 역내에서 원전을 모두 도태시키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더라도 EU보다 유연한 조건을 넣긴 어렵다"며 "EU와 같은 조건일 때 국내에서 원전이 가능할까"라고 지적한 바 있다.
   
EU 택소노미에서 방점을 '포함'에 찍으면 원전 허용, '조건'에 찍으면 원전의 장기적 퇴출로 해석이 되는 셈이다. 양극단의 입장을 보인 강대국, 프랑스와 독일이 대치하면서 이처럼 미묘한 절충이 이뤄졌다.
   
    프랑스는 지난해 이해관계가 맞는 역내 6개국과 함께 "EU 회원국은 원자력 에너지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며 EU 집행위에 '원전 채택' 압박을 가했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전 의존도가 2019년 기준 70%에 육박하는 데다, 세계적 원전 수출국이다.
   
프랑스 움직임에 동참한 나라들 역시 슬로바키아(53.7%), 헝가리(48.1%), 슬로베니아(36.3%), 체코(35.7%), 루마니아(18.7%)처럼 원전이 중요한 처지다. 원전 비중이 0%인 폴란드도 여기 줄을 섰는데, 폴란드는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기 위해 2033년 첫 원전 가동을 추진 중이다.
   
반대로 같은 시기 독일은 오스트리아,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페인, 포르투갈을 포섭해, EU 집행위를 상대로 '원전 배제'를 압박했다. "원자력은 고위험 기술이어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유럽사법재판소 소송까지 거론했다.
   
이쪽에 줄을 선 국가 중 2019년 현재 원전이 가동 중인 나라는 독일(원전 의존도 12.3%) 스페인(21.2%) 두곳 뿐이었고, 나머지 나라들은 원전을 보유하지 않았다.
   
두 그룹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비교하면 원전 배제파가 우월하다. EU 회원국 중 최대 생산국인 독일은 2019년 4402만 TOE(석유환산톤)를 생산했고, 이들 6개국 합산은 8332만 TOE나 된다. 반대로 프랑스 쪽 7개국 합산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5148만 TOE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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