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진규(왼쪽)와 기주봉. 프로젝트그룹 결사대 제공 원로 연극인이 뭉쳤다. '제6회 늘푸른연극제-그래도, 봄'을 통해서다. 원로 연극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이 연극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봄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래도, 봄'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물리학자들 △몽땅 털어놉시다를 공연한 데 이어 △건널목 삽화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를 무대에 올린다.
'건널목 삽화'(23일~27일·씨어터 쿰)는 1972년 소극장 '에저또'에서 공연한 단막에 동시대 감성을 입혀 장막으로 선보인다. 극단 '에저또' 창립자인 방태수가 연출한다. 방태수는 대한민국 전위연극과 소극장운동 시대를 연 연극인이다. 기차 건널목에서 마주친 철도원(유진규)과 사나이(기주봉)의 과거와 부조리한 처지를 통해 남북 분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태수 연출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을 처음 무대에 올렸을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작품의 숨은 뜻을 오롯이 전하기 어려웠다. 2022년판 '건널목 삽화'는 관객에게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유진규는 "20살 때 연극을 접하고 처음 무대에 오른 작품이 '건널목 삽화'다. 70살이 된 지금 이 작품을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극본을 쓴 윤조병 작가의 아들인 윤시중(극단 하땅세 연출)이 무대미술로 함께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24일~27일·JTN 아트홀 1관)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어머니(손숙)와 아들(서상원)의 엇갈린 마음을 통해 연민과 무관심, 자비와 잔인함, 이기심과 사랑의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독일 하랄트 뮐러의 '고요한 밤'이 원작이다. '어머니' 역의 손숙은 수 년째 연극 '장수상회' 지방 투어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공연한 '물리학자들'(극단 춘추)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희곡이 원작으로, 냉전시대 물리학자와 간호사간 대립을 통해 과학의 가치 중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송훈상이 연출하고 정욱이 출연했다. '몽땅 털어놉시다'는 50년 역사의 극단 시민극장이 고(故) 장남수 연출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추모 공연이다. 윤문식을 비롯 12명의 원로 연극인이 무대에 올랐다.
늘푸른연극제 운영위원회 박웅은 "원로 연극인과 신진 연극인이 함께 하는 자리로, 연극인과 관객이 어우러지는 기회의 장"이라고 이번 연극제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