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안전 사고'가 의외의 복병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 유세 차량에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유세 차량 등의 안전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된 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각 당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유세 차량 사고의 경우 사건 경위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당 유세 차량 변사 사건…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촉각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당 유세 차량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천안동남경찰서는 지난 18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가량 버스 발전기 설치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이 업체는 해당 차량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전원 공급용 발전기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LED 전광판 전원 공급용 발전기는 사고 원인인 일산화탄소 생산·배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버스 내에서 사망한 2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발전기 적재함에서 버스 내부로 가스가 유입된 것이 확인됐다"며 "발전기 설치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지난달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지 여부다. 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찰은 우선 업체 관계자 A씨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지 1차로 살펴보고 있다"며 "중대산업재해인지, 중대시민재해인지 부분도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기업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중대산업재해,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 등에서 벌어진 재해로 일반 시민 등 사망자가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된다. 중대산업재해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이 수사를 담당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애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사망자 중 한명은 당원으로 임금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의 개념인 점을 볼 때 고용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버스 기사의 경우 버스 업체의 근로자로 국민의당은 임대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원청인지가 불분명하고, 버스 발전기 업체나 버스 업체의 상시 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유세 차량에서 벌어진 사고인만큼 시민재해로 분류되는 공중교통수단으로 보기에도 모호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6일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국민의당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거대책위원장 손 아무개씨의 빈소를 조문하고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국민의당은 해당 버스를 전국에서 18대 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 원주에서 유세 차량으로 사용한 버스의 경우에도 지난 17일 경찰 등이 실험을 해 본 결과, 일산화탄소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8대 버스 모두 전면 운행 중단을 했다"며 "안전 조치를 전반적으로 다시 재점검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안전 사고' 돌발 변수에 여야 캠프 '비상'
국민의당 유세 차량 사고를 계기로 유세 차량의 '안전 관리'를 두고 여야 대선 캠프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유세 차량은 선거 운동 최적화를 위해 통상 버스, 트럭 등을 개조해 만든다. 스피커, 스크린, 발전기 등 각종 장비가 실려 있고 차체가 높은 경우도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의 유세 차량은 지난 15일 부산의 한 지하차도에 진입하려다 천장과 부딪히며 전복되기도 했다. 1t 화물트럭 위에 3m 안팎의 무대장치를 설치했는데, 지하차도 높이는 그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유세차 규격별로 진입이 가능한 지하차도 높이 등이 명시된 안전 수칙을 배포했다.
민주당은 306개의 유세차를 사용하고 있는데, 상당수는 1t 화물 트럭을 개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 수칙 지침을 다시 공지했다"며 "유세 차량 안전 관리를 통해 선거운동원 등에게 강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차량 광고업체 미디어맥스에서 직원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 유세에 사용될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역시 트럭 등을 개조한 총 299대의 유세차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속 운행 금지 및 유세 현장 서행 운전, 화재 주의 및 환기 실시 등 선거기간 10대 안전수칙을 전국 시·도당에 전파한 상태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지난 15일 부산에서 '라보' 화물차의 짐칸에 올라타 선거 유세를 벌인 것과 관련해선 '도로교통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한 시민은 '화물칸에 사람을 태워 다니는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유세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이 비일비재한데, 선거 운동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범칙금 부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결국 선거 운동 기간 불거지는 여러 안전 문제 등은 대선 막판까지 의외의 '복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국민의당 유세 차량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구조 변경 승인을 받지 않아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관행으로 적당히 넘겨왔던 유세 차량의 불법 개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행법상 불법 개조 차량은 소유주나 운전자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