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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 비리' 허무한 결말.. 허탈한 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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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법원 업무방해, 직권남용 혐의등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무죄 선고
6년여간 법정 싸움 검찰 완패
지역토착 비리 의혹 사건이 검찰 조직 내 수사외압 의혹으로 확산
수사외압 의혹 제기한 양부남 전 고검장 이재명 캠프로, 피의자 권 의원은 윤석열 캠프로 자리 이동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혐의에서 벗어났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7일 업무방해,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지난 2016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지 6년여만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2012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강원랜드 교육생 공개 선발 과정에서 인사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의원실 인턴 비서 등 11명을 채용하게 한 혐의,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자신의 비서관을 경력 직원으로 채용하게 한 혐의, 산자부 공무원들을 압박해 선거운동에 나서준 고교동창을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지명토록 한 혐의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1·2심 모두 검찰이 권 의원의 혐의를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20년 3월 최종심인 대법원 상고까지 가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대법원은 2년여 동안의 장고 끝에 원심 유지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단 초유의 항명사태 등 내부 갈등의 지독한 홍역을 치러야만 했던 검찰로서는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지역 토착세력과 정치권력 유착 의혹서 출발

 
의혹의 발단은 지난 2017년 9월, 한겨레신문이 강원도 강릉이 지역구인 당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이 강원랜드에 부정청탁으로 입사한 사실을 감사원이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을 단독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신문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 의원의 5급 비서관 김모씨가 2013년 11~12월 강원랜드의 '워터월드 수질·환경분야 전문가' 선발 과정에서 공고상 지원 자격에 애초 미달했는데도 최종 합격했다고 폭로했다. 의혹은 2012~13년 선발된 신입사원 가운데 95% 이상이 청탁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내부 감사결과로 이어지면서 확산됐다.

강원랜드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의뢰하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16년 2월 사건을 처음 수사한 춘천지검은 강원랜드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다고 보고 최 전 사장 등 관련자들을 먼저 재판에 넘겼지만, 정작 채용 청탁 의혹 당사자인 권 의원과 염동열 전 의원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수사검사의 수사외압 폭로, 아수라장 된 검찰

연합뉴스연합뉴스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던 수사는 2018년 2월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가 MBC와 인터뷰에서 수사외압을 폭로하면서 극적인 국면전환을 맞았다.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인수인계를 받았었는데, 그 상황에 대해서 진행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 종결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사건 종결 지시의 배경에는 권 의원과 검찰 고위급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가자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광주지검장을 맡고 있던 양부남 전 고검장을 강원랜드 수사단장으로 임명하고 "수사기한 두지않고 수사도중 보고받지 않겠다"며 수사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외압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안 검사는 2017년 12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소환하려고 했더니 문 총장이 이영주 춘천지검장을 호되게 질책했다며 검찰총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수사외압 의혹은 수사단이 사실상 문 총장과 정면충돌하면서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사단은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2018년) 5월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수사단과 문 총장은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이 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 한데 대해 문 총장이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이 그것이다. 양 수사단장이 수사 보안 상 문제를 들어 전문자문단 심의가 부적절하다고 건의하자 문 총장이 이를 받아들여 일단락 됐다. 다만 수사 외압부분과 관련해 당시 김우현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전 춘천지검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치기로 했다.
 
전문자문단이 김 부장검사와 최 전 지검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게 되면 "검찰권이 바르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직무"라던 주장이 힘을 잃게 되고 자칫 총장직까지 내놔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은 문 총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수사지휘를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수사단은 염동열·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관련자 3명 등 5명을 기소하며 수사를 매듭지었다.
 

공판서 완패한 검찰…양부남·권성동→이재명·윤석열 캠프 핵심으로


검찰 조직 내부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사건답게 영장청구부터 공판 과정 어느 것 하나 순탄한 것이 없었다. 수사단은 법원에 청구한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권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권 의원의 수사 외압 의혹은 그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하면서 역시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수사과정의 우여곡절만큼이나 1·2·3심 재판부 모두 권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의 완패를 선언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양부남 전 고검장이 이끌던 수사단의 무리한 수사를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단의 법리에 문제가 있다는 문 총장과 대검의 지적이 옳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논리에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사외압을 처음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는 2018년 12월 검찰이 용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사의 성패는 타이밍이 좌우하는데 이제 와서 뭐라도 건졌을지 의문"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사단의 수사를 지적하기 앞서 검찰의 의도적인 뭉개기가 수사 자체를 망쳤다는 주장이다.
 
6년이 지난 현재 당시 검찰총장과 수사단장 그리고 피의자였던 문무일·양부남·권성동 세 사람의 뒤바뀐 처지도 흥미롭다. 당시 수사단장을 역임하며 문 전 총장과 정면충돌도 불사했던 양부남 전 고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영입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검증을 전담하고 있다. 6년간 법정싸움 끝에 비위 혐의를 벗어버린 권 의원은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민주당 공격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문 전 총장은 권 의원의 대법 확정판결이 나기 이틀 전 변호사 개업 등록을 마친 사실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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