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월 중 열릴 예정이었던 5G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가 사실상 이달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월로 예정했던 5G 주파수 3.5㎓ 대역 20㎒ 폭 경매는 예정된 절차를 밟기 어려울 전망이다.전파법 시행령에 따르면 추가 할당 경매를 진행하려면 경매 1개월 전까지 관련 공고를 내야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달 공고를 내고 할당 신청을 받은 뒤 경매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통신 3사의 서로 다른 입장 속에 현재까지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LGU+, 3.5㎓ 대역 20㎒ 폭 추가 요청에…경쟁사 '반발'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는 "SKT·KT가 100㎒를 사용하는 데 반해 LG유플러스는 80㎒ 폭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어 LG유플러스의 로밍 구축지역인 강원·전라·제주 지역 국민은 동등수준의 서비스를 누리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5G 주파수 3.5㎓ 대역 20㎒ 폭의 추가 할당을 요구했다.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주파수 대역의 추가 할당을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국민의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고, 전파자원 이용 효율성 및 통신 시장의 경쟁 환경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2018년에 할당돼 이용 중인 기존 5G 주파수 대역폭과 대역은 LG유플러스가 80㎒(3.42~3.50㎓), KT가 100㎒(3.50~3.60㎓), SKT가 100㎒(3.60~3.70㎓)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20㎒ 폭은 공공기관 주파수와의 혼선을 막기 위한 '보호대역'으로 비워 놓고 총 280㎒ 폭만 할당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추가 할당 결정에 SKT와 KT는 반발해왔다. 이번에 할당하기로 한 주파수 대역이 기존 LG유플러스 이용 대역에 인접해있어 이들 회사엔 사실상 경매 참여의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인접 대역에 있는 LG유플러스 고객들은 주파수 할당 즉시 기존 단말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원격대역인 나머지 두 통신사의 경우 주파수 집성기술(CA)을 통해 사용해야 해당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파수집성 지원 단말이 없다"며 "갤럭시S22 단말기부터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라지만 고객들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2024년 정도나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SKT는 과기정통부에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3.7㎓ 이상 대역 40㎒ 폭(3.70~3.74㎓, 20㎒ 폭 2개 대역)도 함께 경매에 내놓을 것을 제안한 상태다. 해당 대역은 주파수 클리어링(혼간섭)은 해소됐지만, 할당을 위해서는 추가 테스트와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7㎓ ~4.0㎓ 대역 300㎒ 폭의 경우, 작년까지 클린존 방식이라고 해서 위성수신 지역에서는 5G를 안 쓰는 방식으로 이해관계자들 의견조정을 마쳤다. 클리어링은 됐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클린존에서 얼마나 떨어트려서 5G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KT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 KT는 LG유플러스와 SKT 사이 대역 주파수(3.50~3.60㎓)를 사용 중이다. 정부가 SKT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도 여전히 CA를 활용해야만 해당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다.
통신 3사 사활 이유는? 주파수 대역폭 '통화품질'에 직접적 영향
연합뉴스통신사들이 주파수 할당을 두고 이렇게 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이는 주파수 폭이 사실상 속도와 직결되는 문제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가 '고속도로'라면 주파수 대역폭은 2차선 도로인지, 4차선 도로인지를 결정하는 '차선'이다"라며 "주파수 대역폭을 더 많이 확보할수록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도로가 넓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속도가 빨라지고 데이터 전송 딜레이가 줄어드는 등 소비자로서는 통화품질 향상이 체감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저주파수 대역인 3.5㎓ 대역은 고주파수보다 데이터 전송량이 적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전송속도도 빠르다. 국내 통신사들이 저주파수 대역인 3.5㎓ 대역에서는 전국망을 구축하고 고주파수 대역인 28㎓ 대역에서는 도심 핫스팟용 투자를 진행한 이유다.
전국망 대역인 3.5㎓ 대역에서의 속도는 과기정통부의 5G 품질평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통신 3사의 갈등이 계속되자 과기정통부는 중재에 나섰다. 과기정통부 임혜숙 장관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SKT의 추가 할당 요구에 대해 "주파수 할당에는 굉장히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연구반을 구성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고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과 공개토론회도 거쳐야 한다"며 "조속히 수행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파수 할당 관련) 조금 더 논의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2월 중 통신 3사 CEO를 만나겠다"며 "SKT의 요청도 있고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이 조금 안 된 측면도 있어 다음 달 공고가 나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임 장관과 통신3사 CEO의 회동일은 이달 17일로 잠정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